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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손수호] 11살, 19살…전통예술계 제자 성추행, 왜 계속 되나?

사회 일반

    [탐정 손수호] 11살, 19살…전통예술계 제자 성추행, 왜 계속 되나?

    동성 제자에 "무용수는 남자 좋아할 줄 알아야"
    1년간 가스라이팅, 심리상담서 범죄피해 드러나
    국악인, 11살 제자와 제자 어머니까지 강제추행
    3가지 공통점…권위있는 전문가·입시 빌미·범행 부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법학박사, 법무법인 지혁)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다룰 사건 두 가지라고 들었는데 어떤 건가요?

    ◆ 손수호> 전통 예술인들의 제자 성추행 사건인데요. 최근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럼 가해자, 피해자가 엄연히 다른 사건이라는 얘기죠?

    ◆ 손수호> 2건이 다른 사건입니다. 한 사건의 피해자는요. 고등학생 제자였고요. 그리고 다른 사건의 피고인은 초등학생 제자.

    ◇ 김현정> 초등학생?

    ◆ 손수호> 그리고 또 그 엄마를, 그 엄마까지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을 살펴보고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이유까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만 들어도 좀 가슴이 덜컹하네요. 초등학생이라니. 그럼 먼저 고등학생 제자를 상대로 한 사건은 어떤 사건인지 들여다보죠.

    ◆ 손수호> 이번 주 월요일이었죠. 8월 12일 검찰이 40대 후반의 한국무용가 이 모씨를 기소했습니다. 이 씨는 살풀이춤의 대가예요. 그리고 여러 드라마에 한복을 협찬한 한복 디자이너이기도 한데요.

    ◇ 김현정> 한복 디자이너면서 살풀이춤 대가면 꽤 그 업계, 그 분야에서는 유명한 분이겠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또 호감을 주는 외모 그리고 실력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복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어요. 그래서 8년 동안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면서 공부한 끝에 일본에서 패션쇼를 여는 한복 디자이너로 성공한 스토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TV에도 많이 나왔거든요. 한국 무용계의 유명인이에요.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고등학생 제자를 성추행했다, 이건가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2022년부터 1년 가까이 1대1 레슨을 받던 제자 A군을 추행한 혐의입니다.

    ◇ 김현정> A군이라면 남성 제자입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남성 무용가가 남성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인데요. A군은 이렇게 말했어요. 이 씨가 마사지를 해준다며 침실에 눕히고 속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 음란한 메시지를 수시로 보냈다. 중요 부위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시켰다. 심지어 유사성행위까지 이루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지금 자료로 제시한 카톡 내용, 이런 걸 직접 보여드리지는 않겠습니다만 상당히 수위가 좀 세고요. 그런데 고등학생이면 당하고만 있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뭐라고 반발을 안 했습니까?

    ◆ 손수호> 이 씨가 제자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한번 들어보시죠. 남자 무용수로 살아남으려면 양성적인 성향이 있어야 한다. 남자를 좋아할 줄 알아야 하고 마음 자체가 깊어야 한다. 네가 그걸 느낀다면 정말 춤에 큰 도움이 될 거다.

    ◇ 김현정> 이게 무슨 말이에요? 춤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내가 지금 이러는 거다, 이런 말이에요?

    ◆ 손수호> 네. 남자에게 호감을 느껴봐야 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사실상 세뇌에 가까운 상황이 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유명한 무용가가 지속적으로 이렇게 말을 하니까 학생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나? 그런가 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가스라이팅 같은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결국 A군은 스승의 기분을 망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이 씨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게 되는 거죠.

    ◇ 김현정> 판단력을 흐리게 해놓고 이런 짓을 한 거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둘 사이의 메신저 대화 내용의 일부가 공개됐는데 사실 내용이 상당히 불쾌해요. 이거 한번 좀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 한번 좀 읽어주시죠.

    ◇ 김현정> 저한테 읽으라고요? 제가 지금 준비를, 저희가 해놨습니다. 부득이하게 보셔야지 판단이 되니까 좀 흐릿하게 가릴 건 가리고 제가 보자면 너의 XX를 보고 싶어.

    ◆ 손수호> 이게 신체 특정 부위를 지칭하는 거였고요.

    ◇ 김현정> 요즘 너의 바지에서 나는 냄새가 좋다. 이런 내용들, 다 읽지 못하겠어요. 뭐, 뭐 좀 보여줘 봐. 뭐, 뭐 작살 낼 거니까 각오해. 안 봐줄 거야. 이러면서 사진도 보내고 그랬네요.

    ◆ 손수호> 굉장히 좀 충격적인 대화 내용인데 이런 심각한 일이 계속됐지만 A군은 저항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 김현정> 그러다가 어떻게 드러났습니까?

    ◆ 손수호> 대학 입시가 끝나고 A군이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씨가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는데 A군은 우울감 때문에 심리 상담까지 받았거든요. 그런데 이때 상담사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거예요. 그래서 A군에게 물어봤죠. 그제서야 A군은 이 씨가 한 행동들을 털어놨고 그게 범죄였다는 걸 인식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 씨를 고소했고 오랜 기간 동안의 성적 괴롭힘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이 사건이 벌어진 때가 2022년부터 1년 동안 벌어진 사건. 그런데 이제야 기소가 된 건가요?

    ◆ 손수호> 이 씨는요. 강요는 없었다, 이렇게 주장을 했어요. 그리고 이런 사건의 경우에 당사자 외에는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특별한 물증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그래서 성범죄 수사와 재판에 있어서 성인지 감수성, 이런 개념들이 주목받게 된 거죠. 그리고 이게 꼭 남녀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건 아니에요. 동성 간에도 적용될 수 있는 거거든요. 어쨌든 오랜 수사 끝에 검찰이 기소를 했으니까 재판을 통해서 진실이 확인될 겁니다.

    ◇ 김현정> 이제 이 사건이 하나 있고 또 하나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그건 어떤 사건입니까?

    ◆ 손수호> 7월 7일 1심 판결이 나온 사건입니다. 판결이 나왔어요.

    ◇ 김현정> 이거는.

    ◆ 손수호> 한 유명 국악인이 11살짜리 제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 김현정> 이 유명 국악인은 그 보통 유명한 게 아니라 중요 무형문화재라면서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중요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흥보가의 이수자이고 또 인천시교육청 국악합창단 지휘자 등으로 활동한 소리꾼 백 모씨인데요. 사실 경력이 좀 대단해 보이는데 나이가 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국악인이고 하니까.

    ◇ 김현정> 이 정도 경력이면 좀 나이가 지긋한 사람 아닌가요?

    ◆ 손수호> 하지만 30대 후반입니다. 그리고요. SBS 스타킹, KBS 인간극장 등을 비롯한 TV에도 많이 출연해서 알려진 사람이었는데 함께 국악인인 아내가 있었거든요. 국악 아카데미를 만들어서 운영을 하고 있었어요.

    ◇ 김현정> 누가 뭐라고 해도 그 분야에서 대단한 경력을 가진 유명인이 분명한데 그런데 어떤 일이 벌어진 겁니까?
    출처 JTBC  뉴스룸 캡쳐출처 JTBC 뉴스룸 캡쳐
    ◆ 손수호> 1심 판결에 따르면. 2020년 8월 자신이 운영하는 국악학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당시 11살이었던 제자 B양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하는 등 추행을 했습니다. 그리고요. 발언도 굉장히 좀 문제가 있었는데 레슨을 잘 받으면 뽀뽀해줄게, 생리는 언제까지 하니? 양은 얼마나 되니? 이런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았습니다. 이게 말이 안 되죠.

    ◇ 김현정> 11살짜리 제자한테 이렇게 얘기했다고요?

    ◆ 손수호> 네. 또 이거 참 소개하면서도 참 그렇습니다만 아빠 몰래 너희 엄마랑 사귀면 안 될까?라고 묻거나 수영복 입은 여성 사진을 보여주고 이런 정서적인 학대 사실까지 드러났죠.

    ◇ 김현정> 이거는 제가 지금 들으면서도 이게 정말 있었던 일일까 의심이 될 정도인데 이게 무슨 11살 아이한테 해괴한 행동입니까?

    ◆ 손수호> 심지어 이 B양의 엄마한테까지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서 강제추행을 시도했고요. 한 차례는 미수였지만 한 차례는 기수였어요. 백 씨 자신과 그리고 아내 또 B양의 부모, 이렇게 넷이 함께 술을 마시던 중에 B양 엄마가 화장실로 갔거든요. 이때 쫓아가서 강제로 추행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그 외에도 B양의 엄마에게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했는데 그러한 내용이 녹음된 파일도 증거로 제출됐거든요. 내가 언젠가는 가진다, 너라든지 언젠가는 당신 내 여자야 등의 부적절한 발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 김현정> 이거는 너무나 충격적인데 곧바로 법적 조치를 취한 겁니까? 이런 행동이 있은 후에.

    ◆ 손수호> 그렇지 않습니다. 딸의 예술중학교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는 이런 일을 당하고도 일단 참았습니다.

    ◇ 김현정> 11살 딸이 이런 정도의 일을 당했는데 입시 때문에 참았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 손수호>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엄마는요. 자기만 당한 줄 알았지 딸이 당한 거는 몰랐어요.

    ◇ 김현정> 딸까지 이런 일을 당한 줄은 모르고 나만 참으면 일단 아이는 입시를 봐야 하니까 아이한테 피해 갈까 봐 참았군요.

    ◆ 손수호> 그렇게 참았는데 그 후에 딸의 피해 사실도 알게 되었고 결국 입시를 한 달 앞둔 상황이었지만 곧바로 백 씨를 고소한 거죠.

    ◇ 김현정> 그 가해자 백 씨는 고소당하니까 뭐라고 했습니까?

    ◆ 손수호> 이게 변명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사람을 좋아하고 원래 정이 많다. 그래서 자주 만난 가족들에게 경솔한 행동과 실수로 상처를 드렸다, 이렇게 사과했는데요.

    ◇ 김현정> 이게 지금 무슨 소리입니까? 정이 많다니, 지금 아이고.

    ◆ 손수호>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아동의 바른 가치관 형성을 도와야 할 입시 강사의 지위와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무겁고 불량하다면서 징역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 김현정> 하여튼 정이 두 번 많았다가는 큰일 나겠습니다. 형량은 어느 정도 됐어요?

    ◆ 손수호> 4년 6개월 나왔어요.

    ◇ 김현정> 4년 6개월. 법정 구속되고 나서는 입장이 또 나왔나요? 백 씨.

    ◆ 손수호> 여전히 일부 사실관계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오늘 한국무용가하고 국악인, 두 전통 예술인 제자 상대 범죄 굉장히 유사한 사건을 묶어서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전해드리면서도 전통 예술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우리가 지켜가야 하고 또 거기 명맥을 이어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어가는 많은 분들이 괜히 이런 사건 때문에 좀 좌절하고 막 이러실까 봐 걱정이에요.

    ◆ 손수호> 이게 전통 예술 분야가 다 이렇다, 절대 아니고요. 그리고 또 무용이나 국악 다 그렇다. 더더욱 아닙니다. 이렇게 잘못 일반화하면 절대로 안 되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럼 이 사건, 오늘 바라본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을 좀 짚어볼까요?

    ◆ 손수호> 하나씩 보겠습니다. 첫 번째 권위 있는 예술가였다.

    ◇ 김현정> 권위 있는 예술가였다.
    출처 SBS 뉴스출처 SBS 뉴스
    ◆ 손수호>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였고요. 게다가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특히 어린 제자와 학부모에게는 엄청난 권위가 생기죠.

    ◇ 김현정> 심지어 아까 멘트가 그랬잖아요. 남성 무용수로 성공하려면 양성적인 성향을 가져야 되기 때문에 내가 너한테 지금 가르쳐주는 거야, 이런 느낌이었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명백히 잘못된 행위를 당하더라도 항의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이번 두 사건에서도 제자들의 이러한 사정을 알고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루밍 성범죄, 그루밍 성범죄, 우리 이런 얘기들 최근 많이 하는데 좀 어려운 말이지만 그런 거라고 봐야 돼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이게 아직 법률용어는 아닙니다만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서 그러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그루밍 성범죄로 지칭하죠. 특히 교사와 학생 또는 강사와 학생, 성직자와 신도, 의사와 환자, 이렇게 위계질서가 있고 상하관계가 있는 경우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죠. 가해자들이 자신의 권위나 지위를 이용해서 신뢰를 쌓고 또 심리적인 지배관계가 성립되면 피해자들은 성적 가해 행위까지도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 김현정> 그루밍 성범죄라는 공통점. 두 번째 공통점은 뭡니까?

    ◆ 손수호> 둘째 제자와 학부모의 절박함을 이용했다.

    ◇ 김현정> 저는 이게 진짜 나쁜 것 같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첫 사건에서는요. 대학 입시를 눈앞에 두고 있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사건에서는 예술중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특히 예술 분야 입시에서는 심사위원의 정성 평가, 즉 양을 수치로 평가하는 정량 평가가 아닌 제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는 이런 정성 평가가 당락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 김현정> 굉장한 을이 되는 거죠. 그리고 이쪽 분야가 풀이 좁아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고 막 이런 거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위 있는 전문가의 심기를 거스르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입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내 자녀가 불이익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런 걱정을 하게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까지 당하더라도 참고 넘어가는 일이 생기는 거죠.

    ◇ 김현정> 여러분 되게 쉽게 생각하시면 아니, 저런 일 당하면 바로 그냥 그 자리에서 뭐라고 문제 제기하고 고소했어야지라고 쉽게 말씀은 하시지만 이게.

    ◆ 손수호> 쉽지 않아요.

    ◇ 김현정> 쉽지 않아요. 이런 처지가 되고 그루밍을 쭉 당한 상황이면. 그렇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협박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이용해서 부당한 행위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이런 거, 이런 것도 처벌 대상이 되는 거죠?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당연합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위계 또는 위력으로 미성년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엄하게 처벌되는데요. 이때 위력이란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세력을 말하고요. 위계란 간음 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켜서 그걸 이용하는 걸 말합니다. 그리고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아시잖아요?

    ◇ 김현정> 이게 13살 기준 아니에요?

    ◆ 손수호> 맞습니다. 13살 미만의 어린이와 성관계를 하면 설령 그 아이가 진지하게 동의를 했다 하더라도 강간처럼 처벌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미성년자 의제강간만 있는 게 아니라 의제 강제추행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합의를 했느니 이런 거 다 안 먹힙니다. 소용없는 소리입니다.

    ◆ 손수호> 나이가 이렇게 어리면 합의했다 하더라도 이런 강제추행처럼 처벌이 되는 건데요. 물론 오늘 사건에서는 이거 다 동의 없이 한 겁니다. 이런 걸 좀 따져봐야 된다기 그렇지만 잘 알아야 막을 수 있으니까 오늘 이런 시간을 좀 갖는 거죠.

    ◇ 김현정> 첫째, 둘째 공통점 따져봤고 세 번째는 뭔가요?

    ◆ 손수호> 세 번째 재판에서 밝히겠다.

    ◇ 김현정> 재판에서 밝히겠다? 이거는 재판에서 밝힌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법대로 하자 이런 건가요? 뭐라고 봐야 돼요?

    ◆ 손수호> 그렇죠. 형식적으로 보면 잘못된 게 없습니다. 하지만 고민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아요. 이게 구체적인 개별 사건에서 피고인이 유죄냐 무죄냐 이거를 일단 떠나서 형사재판에서 적용되는 무죄 추정의 원칙 때문에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 김현정> 무죄 추정의 원칙 때문에 고민거리, 어떤 고민거리입니까?

    ◆ 손수호> 네, 일단 헌법상의 원칙이니까 성범죄의 경우에도 무죄로 추정되는 거는 맞아요.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검사가 증거로서 판사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유죄 확신을 갖도록 만들어야 비로소 유죄 판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뇌물 범죄라든지 또는 성범죄 이런 좀 특별한 범죄 유형의 경우에는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 손수호> 그리고 물증도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무죄 추정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할 때 유죄 여부를 입증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뇌물을 준 사람 또는 성범죄를 당한 사람이 좀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면 상당한 수준의 증거력이 인정된다고 보는 건데요.

    ◇ 김현정> 구체성하고 일관성.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이 무죄 추정의 원칙 측면에서만 보면 아니, 왜 성범죄를 다른 범죄와 달리 봐? 왜 특별하게 취급해? 이런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는 거죠.

    ◇ 김현정> 어렵네요. 그러니까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보면 성범죄 특수성 무시하면 안 된다. 그럼 이런 거고 헌법상의 원칙으로 보면 증거도 없이 피해자 진술만 가지고 처벌할 수 있느냐, 이런 거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물론 이 둘이 서로 충돌하는 개념은 아니라는 게 현재 판례 그리고 법원의 입장입니다만 적어도 실무에서는 실질적인 갈등 관계는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일을 하다 보면. 대단히 어려운 문제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가해자 측에서도 일단 재판에서 다퉈보자. 다 인정하지 않고 일단 법정으로 가보자. 설령 어떠한 일을 했다 하더라도 증거가 없으면 좀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이죠.

    ◇ 김현정> 그래서 자꾸 재판에서 보자, 법대로 하자, 이런 얘기를 하는 거다, 그 말씀이시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유사한 사건이 최근에 갑자기 대두가 되면서 두 가지 같이 봤는데 화가 좀 많이 나네요. 들으면서.

    ◆ 손수호> 참 있었던 범행 사실을 함께 알아보면서 화도 많이 나고요. 또 수사와 재판 관련된 부분을 살펴볼 때는 또 여러 가지 고민거리가 떠오르게 되는 건데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고민을 할 부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고맙습니다.

    ◆ 손수호> 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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