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이틀째인 20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의 마지막 연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맡는다.
일리노이주 상원의원과 연방 상원의원 출신으로 시카고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16년 전인 2008년 자신이 했던 것처럼 역사적인 장벽을 깨뜨릴 것"임을 강조할 예정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최초의 여성·흑인·아시아계 대통령에 도전장을 내민 해리스 부통령에 가장 강력한 우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바이든 대통령의 첫 대선후보 TV토론 직후 "토론은 잘 못할 때도 있는 법"이라며 엄호했지만, 이후 당안팎에서 바이든 후보 사퇴 여론이 비등했을 때는 더 이상 그를 변호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인들에게 '바이든은 훌륭한 대통령이고 그의 업적을 지켜주고 싶지만 공화당이 내년에 백악관과 양원을 장악한다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바이든 사퇴에 결정타를 날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날 전당대회 첫날 마지막 연설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횃불'을 넘긴 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시카고를 떠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에는 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다.
이렇듯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초유의 현직 대통령의 대선후보 사퇴 등 민주당의 주요 이슈를 결정짓는 '막후 실력자'의 모습을 보여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하며 자신과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동안 달성한 민주당의 핵심 가치를 보호할 수 인물로 전격 내세울 예정이다.
민주당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횃불을 건네받은 다음날, 미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한명인 오바마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리스 상승세에 기름을 붓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정치 인연도 화제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달 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 소식을 들은 해리스가 가족 다음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바마의 2004년 상원의원 선거자금 모금행사와 2008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해리스가 앞장서서 도왔다.
오바마의 대선 승리 이후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선거에 출마했는데, 여기에는 반대로 '오바마 후광'이 있었다.
2020년 해리스가 부통령이 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유지해왔고, 오바마는 조언을 제공하고 의견 교환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에게 정책·전략적 조언·모금·투표 유도·유세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돕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세컨드 젠틀맨'인 해리스의 남편 더그 엠호프도 연단에 올라 아내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둘째날 행사와 관련해 "전날이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후보 교체를 알리는 자리였다면, 이틀째부터는 새로운 당의 기치를 올리는 통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