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모습. 박종민 기자그린벨트까지 풀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8.8 부동산 대책은 이미 달아오른 아파트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장기 공급 대책은 최소 수 년 이후에나 구체화될 거란 걸 시장은 이미 알고 있고, 단기 대책으로 제시된 비 아파트 시장 활성화 대책은 빌라 전세사기 등으로 인해 이미 아파트로 쏠려버린 수요를 막지 못하고 있다.
8.8대책이 발표된 바로 다음 주인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0.32% 오르며 2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5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라고 한다.
오름 폭도 오히려 전주보다 0.06%포인트 확대됐다.
한국은행의 8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보는 지'를 조사한 주택 가격 전망 지수가 집값 폭등기였던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시장은 이미 끓고 있는데 몇 년 뒤부터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책으로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정책 당국은 그동안 집 값 안정보다는 다른 곳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인 게 사실이다.
산업 생산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부동산PF를 회생시키는 것 등이다.
부동산 PF를 살리기 위해 집값 상승과 가계 부채 증가를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정책 당국으로서도 할 말이 없다.
아파트 시장이 서서히 달아 오르던 상황에서 7월 시행 예정이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 상환 원리금 비율)을 9월로 두 달 미룬 것이 대표적이다,
시장 상황을 안이하게 보는 듯한 가벼운 발언들도 잇따랐다.
6월 말 기준으로 가계 빚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1분기 말보다 13조 8천억원 늘어 1,896조2천억원에 이른다.
신용대출 등은 오히려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전 분기보다 16조원이나 늘어난 탓이 컸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7월 한 달 동안에만 5조6천억원 늘어났다.
가계대출 가운데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집값과 정비례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수도권에서 집을 구매하는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대략 9%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2단계 스트레스 DSR도 이미 한껏 달아오른 아파트 시장의 열기를 식히긴 힘들 거란 전망이 많다.
지금은 부동산 PF 살리기를 포함한 다른 어떤 것보다 아파트 값 잡는 게 더 급하게 됐다.
필요한 모든 정책을 동원해서라도 가계 부채 증가와 아파트 값 폭등은 반드시 막겠다는 의지와 믿음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특별히 중요한 건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란 걸 이미 지난 여러 정권에서 수차례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좌고우면하다 또 다시 실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