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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 본인부담 인상·의료진 지원 확대…'응급실 과부하 해소' 역부족

보건/의료

    경증 본인부담 인상·의료진 지원 확대…'응급실 과부하 해소' 역부족

    응급실 방문한 코로나19 환자 95% 이상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
    응급실 전공의 500명 떠났는데…환자들 여전히 응급실 몰려
    정부 "경증환자 외래진료 본인부담분 50~60%에서 더 올린다"
    "응급실 인건비 지원 강화" 응급실 의료진 지원도
    "돈 더 준다고 한 시간에 환자 10명 보다가 20명 볼 수 없어"

    의정갈등 장기화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한 응급실 과부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류영주 기자의정갈등 장기화와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인한 응급실 과부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류영주 기자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치면서 응급실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본인부담률을 크게 올려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도록 '수요'를 줄이고,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공급'을 늘려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당장 인력이 부족한 응급실 의료 현장에서는 "돈을 더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공의 500명 떠났는데…응급실 이용 경증 환자 42%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경증환자와 비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본임부담분을 크게 올려 '응급실 수요'를 줄이기로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지난 2월부터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상황이라 응급실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응급실에서만 전공의 약 500명이 떠났다.

    대한응급의학회 등에 따르면,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이달부터 응급실 진료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등의 응급실에서는 의료진 부재로 몇몇 과목의 진료가 제한됐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도 응급실 진료에 일부 차질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급하지 않은 환자들도 여전히 응급실을 찾고 있다. 현재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증·비응급 환자는 약 42%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응급실을 방문한 코로나19 환자의 95% 이상은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의 환자였다.

    그만큼 응급실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큰 것이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긴급성이나 필요도가 낮은 경증환자가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겠다"며 응급실 과밀화 해소 방안을 내놨다.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 4~5에 해당하는 경증환자와 비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외래진료 본인부담분을 현행 50~60%에서 더욱 인상하는 방안이다.

    박 차관은 "당연히 (본인부담률이) 100%는 아니다.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숫자가 있지만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어서 구체적인 숫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소폭(인상)을 가지고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좀 더 과감하게 할 예정이다. 조만간 입법예고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응급실 의료 현장에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응급실을 이용하는데 장벽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위험한 발상"이라며 "경증과 중증에 따라 내는 돈이 달라진다면 그것을 판단하는 의료진에게 화를 내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돈 더 줘도 뽑을 사람이 없다" "응급실 최소한 보상은 돼"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정부는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의료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우선 응급실 전문의가 진찰하는 경우 지난 2월부터 적용해온 진찰료 100% 가산 금액의 추가 상향을 추진한다. 진찰료 상향은 비상진료 한시 대책의 일환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9월에 시행할 예정이다.

    권역 응급의료센터와 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전담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도 강화한다.

    이처럼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 '편한 곳'으로 인력이 유출되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상급종합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인력들의 보상 수준이 많이 개선됐다"며 "하지만 여전히 업무가 과중하고 피로도가 누적되는 문제가 있어서 업무가 어려운 곳에서 조금 더 일이 편안한 곳으로 이동하려는 요인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추가 대책을 강구할 때는 가급적이면 현재의 인력 이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며 "지역 응급실 인력도 부족하지만, 중증환자를 주로 치료하고 있는 권역센터나 상급병원 인력 부족이 더 중요하다. 이들이 하방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이 내주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추석 기간에도 연휴 진료체계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될 경우 더 많은 응급환자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평년보다 많은 당직 병의원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응급실 현장 의료진들은 이런 대책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상을 늘린다고 당장 응급실에서 일할 인력이 없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돈을 더 준다고 한 시간에 5~10명씩 보던 환자를 20명씩 볼 수는 없다"며 "그 돈을 준다고 새로운 사람을 더 뽑을 수도 없다. 지금 놀고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응급실 의료 인력을 늘릴 수는 없지만, 의료 현장에서 버티는 의료진에 도움이 된다며 의료진 지원 강화 대책을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는 "(현장 의료진 지원 강화에 대해) 응급의학과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하도록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응급실에서 진료하고 있는 인력에게 최소한의 보상은 될 수 있다"며 "이런 대응책들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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