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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발언' 전화까지 받은 교토국제고…실력으로 혐한을 이겨냈다

국제일반

    '혐오 발언' 전화까지 받은 교토국제고…실력으로 혐한을 이겨냈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2 대 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우승 메달과 트로피를 수여받은 뒤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2 대 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우승 메달과 트로피를 수여받은 뒤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일본 고교야구 최정상에 오르기까지는 경기 외적인 어려움도 이겨내야 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에 연장 접전 끝에 2 대 1로 승리했다. 이로써 교토국제고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고시엔 우승 트로피를 드는 쾌거를 이뤘다.

    챔피언이 되기까지는 험난한 길을 거쳤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9회까지 총 7개의 안타를 치고도 기회를 날려 점수를 내지 못했다. 아찔한 상황도 계속 넘겨야 했다. 교토국제고는 6회와 7회 연속 2사 2루에 몰렸지만 선발 투수 나카자키가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9회말에는 2사 만루 초대형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돌입했고, 10회가 돼서야 점수가 나왔다. 교토국제고는 10회 초 무사 1, 2루로 시작된 승부치기에서 2점을 뽑아냈다. 10회 말 수비 상황에서는 1실점 하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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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교토국제고는 경기 외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바로 '한국어 교가' 때문이었다.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인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 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설립한 학교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은 뒤, 2003년에는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고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교가 역시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가사로 시작한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대회에서 승리할 때마다 한국어 가사를 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하지만 일본 고교 야구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한국어 가사가 울려 퍼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현지에서 나왔다. 교토국제고 백승환 교장은 이날 경기 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번에도 (혐한 분위기가) 없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백 교장은 "2021년에 4강에 진출했을 때는 아주 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없지는 않았다. 약 5건 정도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더 심했다. 지난 20일 교토국제고가 나라현 대표 지벤가쿠엔을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을 당시, 한국어 교가를 문제 삼는 일부 현지 누리꾼이 눈에 띄었다. "인종 차별자라고 해도 좋으니 교토국제고는 떨어지길 바란다. 고시엔 결승전에서 한국어를 듣고 싶지 않다", "조선학교가 왜 고시엔에 나오느냐"는 등의 반응이 뒤따랐다.

    또 고시엔을 중계하는 일본 공영 방송 NHK는 교토국제고 가사를 제멋대로 바꿔 표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NHK는 '동해'를 '동쪽의 바다'로, '한국의 학원'을 '한일의 학원'이라고 표기했다.

    고시엔 첫 우승 기쁨 나누는 교토국제고. 연합뉴스고시엔 첫 우승 기쁨 나누는 교토국제고. 연합뉴스
    올해 기준 교토국제고 전교생은 중고교생을 모두 합해 160명. 이중 약 65%는 일본인 학생으로, 나머지 30% 정도가 한국계 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백 교장은 "일본 사회에서도 '학생들의 스포츠인데, 정치적으로 이념화시키면 안 된다'는 자정 분위기가 생기기는 했다"며 "과거에 비해서는 굉장히 양호해졌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본 전 프로야구 선수 황목치승(39)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다 같이 한국어 교가를 부르며 우승을 축하해주는 분위기였다. 혐한 분위기는 극히 일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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