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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물가 떨어졌다는데…나만 체감 못하나요

경제 일반

    정부는 물가 떨어졌다는데…나만 체감 못하나요

    8월 물가 2.0% 올라 41개월 만의 최저기록이라는데
    추석에 '귀하신 몸' 과일 집어들 엄두도 안나
    2021년 이후 계속된 고물가에 인상폭은 낮아도 물가 수준 자체가 너무 높아
    고물가 따라잡지 못한 월급봉투…尹 정부 임기 내내 실질임금 감소행진에 지갑 못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9월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아 물가 점검을 하며 장을 본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9월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아 물가 점검을 하며 장을 본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물가가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최근 물가 상승폭이 2%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추석을 약 2주 앞두고도 과일 등 성수품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데다, 기나긴 고물가에 0%대 실질임금 상황이 이어졌던 만큼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지갑을 열기 부담스러운 시절이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024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올랐다. 이는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기록으로, 지난 4월부터 물가는 5개월째 2%대 상승폭을 유지했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9% 올라 전월보다 둔화됐다. 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인 또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 폭도 2.1%에 그쳤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 김범석 1차관은 경제·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물가안정 목표에 도달했다"며 "앞으로 기상이변, 국제유가 불안 등 추가 충격이 없다면 소비자물가는 2% 초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들에게 현재 물가 상황에 대해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현재 예상으로는 큰 공급충격이 없으면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현 수준에서 조금씩 왔다갔다할 것"이라면서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우리가 생각한 경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금리 인하'를 거론하기도 했다.

    2024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 통계청 제공2024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 통계청 제공
    이처럼 최근 물가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시민들은 물가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사들의 댓글만 보더라도 "이미 오를대로 다 올랐는데 2% 오른 게 뭐가 중요하냐", "시장, 마트는 가보고 하는 소리냐"와 같은 성토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실제로 소비자가 체감하고 있는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의 최근 추이를 보면 "오를대로 다 올랐다"는 지적도 이해가 간다. 생활물가지수는 시민들이 자주 구매해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돼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로 불린다.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역시 2.1% 상승에 그쳤지만, 이전의 상승률 추이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생활물가는 지난해 8월 3.9% 오른 이후 지난 6월에만 2.8%를 기록했을 뿐, 1년 내내 줄곧 3~4%대의 높은 인상폭을 기록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특히 최근의 물가 상승을 주도해온 먹거리 가격이 가장 큰 문제다. 어류, 조개, 채소, 과실 등 신선식품지수는 지난달에도 3.2% 올랐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려 20%에 육박하는 인상률을 기록해온 터다. 본래 농축수산품 등의 변동폭이 큰데다 전년 인상폭이 대체로 낮았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서민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요가 치솟은 신선과실의 경우 지난달 배는 120.3%, 사과는 17.0%나 오르는 등 상승폭이 9.6%를 기록했다. 다른 부문에서 물가가 조금씩 내렸더라도 당장 시장에 나가 과일을 집어드는 순간 '너무 비싸 살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9월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아 정육 코너에서 물가 점검을 하며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9월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아 정육 코너에서 물가 점검을 하며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 나아가 높은 체감물가는 비단 특정 품목 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상황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가가 2% 올랐다'는 얘기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결과다. 그런데 애초 비교대상인 지난해 같은 달의 물가가 국민들의 생활 수준에 비해 매우 높았다면, 올해 비록 인상폭이 낮더라도 물가가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물가가 과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전 세계에서 저출생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전되면서 '저성장·저물가' 상황으로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멈춰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양적완화의 후폭풍으로, 경기 회복과정에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원자재를 중심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또 한동안 멈춰섰던 국제 공급망에 병목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2021년부터 전 세계가 고물가 상황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임기 내내 고물가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윤석열 정부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을 2021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가가 치솟더라도 물건을 사들일 여력이 있다면 물가 부담을 겁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임금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니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녹록치 않다.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부터 0.2% 감소세를 보였는데, 실질임금이 감소한 일은 고용노동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하기 직전인 2022년 1분기까지만 해도 3.3% 올랐던 실질임금은 취임 직후인 2022년 2분기부터 -1.1%, 3분기 -1.7%, 4분기 -1.1%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이어 2023년에는 1.1%나 실질임금이 감소했고,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 0.4% 감소해 3년 연속 실질임금이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사상 최대 수준인 가계부채는 더욱 지갑을 열기 어렵게 한다. 올해 2분기 대출·카드 사용 금액을 합친 가계신용 규모는 1896조 2천억 원으로 13조 8천억 원 급증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정부는 향후 기상이변, 국제유가 불안 등 추가 충격만 없다면 2% 초반의 물가 안정 흐름은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걸림돌인 신선식품에 대해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성수품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사과, 배 등 20대 성수품을 17만 톤 공급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7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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