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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배민 빠지고 '사전 지정'도 무산…업계에 밟힌 공정위 플랫폼법

경제정책

    쿠팡·배민 빠지고 '사전 지정'도 무산…업계에 밟힌 공정위 플랫폼법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무산되고 공정거래법 개정…야당·시민사회 반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판매와 결제를 중개한 플랫폼 티몬과 위메프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판매대금을 납품업체에 주지 않고 떼어먹은 사태를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대적인 플랫폼 업계 규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거대 플랫폼 공룡'으로 규제 대상을 애매하게 줄인 탓에 이번 '티메프' 사태에 앞서 플랫폼 '갑질' 논란을 촉발한 쿠팡과 배달의민족은 제외된 데다, 규제 대상을 '사전 지정'해 관리하는 초안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한 뒤에야 규제 대상인지 '사후 추정'하는 안으로 후퇴해서다.

    공정위는 "학계와 소비자, 미국상공회의소 등을 검토해 나온 대책"이라는 설명이지만, 결국 국내 업계와 미 상공회의소를 업고 제기한 글로벌 업계 의견을 과도하게 수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가 지난 9일 발표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방향'에 따르면 우선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폐해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을 규율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법 위반행위가 발생한 경우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특정'할 예정이라고 공정위는 밝혔다.

    구체적인 규율 분야는 △중개 △검색 △동영상 △SNS(소셜미디어) △운영체제 △광고 6개 서비스 분야로, 규율 대상은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수가 1천만 명 이상이거나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 사별 이용자수가 2천만 명 이상으로 독과점력이 공고한 경우의 연매출 4조 원 초과 플랫폼으로 정했다.

    이 같은 규율 분야에서 4대 불공정행위인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독과점력이 공고한 경우에 해당하는 연매출 4조원 초과 플랫폼이면 규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공정위 기준 적용 시 4대 불공정행위가 발생했을 때 규제 대상으로 추정될 국내사로는 카카오와 네이버, 글로벌사로 구글과 애플 등이 거론되지만, 이미 불공정행위가 발생한 뒤 추정 과정까지의 시일 소요가 예상된다. 피해가 발생하면 규제가 이뤄질 때까지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초 예상됐던 '사전 지정'에서 '사후 추정'으로 후퇴한 데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전지정은) 예방효과가 있지만 지나치게 문제가 없는 활동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사후추정 요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요건에 해당하면 예방 효과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보완책으로 "지배적 사업자의 입증책임을 강화하고 반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임시중지명령 제도도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대 불공정행위 적발 시 규제 대상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면 그로 인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과징금도 현행 '매출액의 6%'에서 '8%'로 상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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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메프 사태에 앞서 플랫폼 '갑질' 논란을 촉발한 쿠팡과 배달의민족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쿠팡은 상위 3사의 이커머스 점유율이 85% 이상인 점에 해당되지 않고, 배달의민족은 매출 4조 원 이하로 처음부터 규제 대상이 아니게 된다.

    매출액 기준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 기준에서) 빠진다고 해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전혀 안 받는 게 아니다"라며 "규모나 네트워크효과 등을 고려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서 (일시적으로 독점이 됐을 때) 바로 제재를 받는 건 혁신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매출액 기준을 4조 원으로 했다"고 말했다.

    '의지가 약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지는 강하고 굳이 사전지정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며 "학계, 소비자, 미국상공회의소 등을 검토해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별도 제정을 추진해온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 무산된 점도 이번 대책의 한계로 지적된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처럼 소수의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등을 금지하는 게 해당 법안의 골자였다.

    관련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기고문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주문한 바 있다. 이는 구글과 애플 등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개입 조치로 풀이돼 논란이 돼왔다.

    다만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여전히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할 별도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국회 논의 과정도 주목된다.

    공정위 발표가 있었던 9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조국혁신당 등은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조사와 제재에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그사이에 불법행위로 인해 시장이 이미 독과점화돼 제재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는 문제가 반복됐다"며 "무엇보다 해당 불공정 행위들을 사전에 규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티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재화·용역 거래를 중개하는 '일정규모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시켜 정산기한 준수 및 대금 별도관리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대상이 될 온라인 플랫폼의 규모는 '연간 중개거래수익 1백억 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천억 원 이상' 혹은 '연간 중개거래수익 1천억 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 원 이상' 중에서 한 가지를 추후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정산기한도 전통 소매업(월 마감일로부터 40일)보다는 단축하지만 '구매확정일로부터 10~20일' 또는 '월 마감일로부터 30일' 중에서 한 가지를 채택한다는 구상이다. 대금 별도관리 방식도 '100% 별도관리'와 '50% 예치 및 지급보증' 두 가지를 열어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은 국회와 법안 발의를 신속히 협의할 예정이며,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은 공청회를 거쳐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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