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앞. 박성은 기자'응급실 대란'이 우려됐던 추석연휴 첫날. 응급실 현장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지만, 담당 전문의 부재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환자들도 있어 '응급실 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분위기 한산…환자들 "큰 불편 없어"
"걱정했던 것보단 원활하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추석연휴가 시작된 첫날인 14일 오후 A대학병원 앞에서 만난 이모(56)씨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항암치료를 받아왔던 아내가 자택에 있다가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지자 그는 치료를 받고 있던 A병원에 전화해 "응급실 수용이 가능한 지" 확인했다.
이씨는 "전화했더니 받아준다고 해서 얼른 달려왔다"며 "지금 응급실에 중증 환자도 없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응급실 진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A병원은 이날 오전까지만 외래 진료를 받고 응급실은 정상운영 됐다. 응급실은 30분에 1명 정도의 환자만 오갈 뿐, '응급실 대란'을 우려해 '추석 연휴에는 아프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반영된 탓인지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경증환자들도 지체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환자가 응급실 벨을 누르고 "배가 아파 왔다"고 하자 곧바로 응급실 문이 열리기도 했다.
일부 종합병원서 대기 길고 '검사 불가'
담당 전문의가 없어 검사와 치료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일부 종합병원에서 발생했다.
노부와 함께 B종합병원을 찾은 박모(55)씨는 응급실을 나와 다른 병원을 검색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박 씨는 "아버지의 변의 상태가 이상해서 병원을 모시고 왔는데 병원에서는 현재 내과 의사가 없다면서 검사도 못해준다고 한다"며 "이전에도 여기서 똑같은 검사를 받았는데 지금은 안 된다고 하니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다른 큰 병원에도 전화해 봤는데 세 군데가 다 안 된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연휴가 5일이나 되는데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한 환자가 간신히 응급실에 도착해 병상으로 들어가기 전 증상을 설명하자, 의료진이 "큰 병원으로 가세요"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추석연휴 첫날인 14일 오후 서울의 한 종합병원 앞. 박성은 기자
또 의료진이 부족해 환자가 몰리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나타났다.
B병원에서 만난 최모(70)씨는 "어제 집에서 넘어져서 혹시 머리에 혹시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돼 하루가 지나서 병원에 찾았다"며 "도착해서 2시간 정도 기다리고 엑스레이(X-ray)를 찍었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에서 8월 사이 응급 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병원까지 이송 시간이 1시간을 넘은 경우는 총 1만 39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증가했다.
특히 대전(164건→467건), 대구(74건→181건)와 서울(636건→1166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증가폭이 컸다.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 대책'으로 전국 409개 응급실 중 407곳을 매일 24시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만 열어놓고 정작 해당 과목 전문의가 없어서 기본적인 검사와 진료조차 안 되면 아무 소용없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