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결집한 이스라엘군 탱크. 연합뉴스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국경 지역에 병력을 투입했다. 사실상 레바논 침공의 신호탄이다. 지난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지상전에 뛰어들면서 중동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지상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목표물은 국경 근처에 위치함으로써 이스라엘 북부 마을들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는 것들"이라며 "공군과 포병대가 목표물을 공습하며 지상군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3일 헤즈볼라를 상대로 '북쪽의 화살' 작전을 선포하고 레바논 각지에 고강도 폭격을 진행해왔다. 같은달 27일에는 32년 동안 헤즈볼라를 이끈 하산 나스랄라를 폭살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침투에 그치지 않고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그동안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을 공격해온 '저항의 축'과 3면전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이 아직까지는 제한된 지역에서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최근 북부 지역에 병력 수천명을 집결하고 국경 근처로 탱크와 장갑차를 최소 120대 집결시키는 등 움직임에 비춰 작전이 더 큰 규모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레바논도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지상 작전 개시 직후 이스라엘 북부로 발사체 10여개와 드론 등이 날아왔다"고 밝혔고, 헤즈볼라도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과 이스라엘 접경지 인근에서 국경을 가로지르는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포착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일단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 장관은 "헤즈볼라가 지난해 10월 7일처럼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습격할 수 없도록, 국경을 따라 공격 인프라를 해체해야 할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금은 휴전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본격적 침공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우리 군의 활동에 대해 무책임한 소문을 퍼뜨리지 말고 공식 보고에만 집중해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이란은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폭사하자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는다"며 보복을 다짐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