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과 북한 문제 등으로 대중(對中) 외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주중국대사관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의 약 70%가 선물 및 주류 구입비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국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정무·경제 외교엔 소홀한 채 '선물 공세'에만 치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경기 화성병)이 외교부에서 받은 '주요 10개국 한국대사관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현황'에 따르면 주중대사관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집행액 중 67.8%인 2만1789달러(한화 약 2938만원)를 선물과 주류 구매에 사용했다.
주중대사관은 이전에도 2020년 9만5320달러(80.9%), 2021년 9만604달러(88%), 2022년 3만8292달러(78.2%), 2023년 3만5575달러(56.3%)를 쓰며 최근 5년간 선물·주류 구매에 한화 총 3억7천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른 주요국 주재 대사관들의 네트워크 구축비 중 선물·주류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다. 중국대사관 다음으로 선물 구입 지출 비율이 높은 곳은 남아공대사관으로 51.85%(6239달러)를 썼다. 이어 주멕시코대사관 26.06%(4291달러), 주브라질대사관 23%(5016달러), 주일본대사관 19.83%(1만927달러), 주러시아 대사관 19.3%(6855달러), 주미국대사관 2.31%(3371달러), 주프랑스대사관 0.36%(120달러), 주독일대사관 0%(0달러) 순이다.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에 속하는 다른 항목에는 '경제 외교 활동'이 있는데 주중대사관이 올해 해당 항목에 쓴 비용은 전체에서 6.11%(1545달러)로, 비교 대상국 중 최저였다. 경제 외교 활동 명목은 외교관들이 경제 문제 관련 관계자들과 만나 면담하고 식사하는 비용을 말한다. 정치인들과 교류하는 '정무 활동'에 쓴 비용 역시 15.29%(3867달러)에 불과했다.
이러한 내용은 타국 대비 상대적으로 외교 인사와 대면으로 교류하는 활동이 적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외교관들이 주재국 주요 인사들과 물밑 접촉을 하고 경제·정무 문제 해결에 사용하라고 주어진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를 선물과 주류 구매 비용으로 대부분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2022년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 접촉이 제한됐다는 사정이 있었지만, 올해 다시 비중이 급증한 점은 유의해서 볼 대목이다.
외교부의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집행 지침엔 '과도한 선물·주류 비용 집행을 삼간다'고 규정돼 있기도 하다. 다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권고' 수준에 그친다.
권칠승 의원은 "선물을 건네는 것 만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지출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과도한 선물 지출이 외교 네트워크 구축과 연결되는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라며 "관련해 심도 있는 영향 평가 실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