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이 발표된 6일 오후 서울 한 의과대학 교실 앞 교육 안내 게시대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의과대학 교수단체들이 7일 교육당국의 의대생 '동맹휴학' 승인 불가 방침과 의대교육 과정 단축 검토 입장을 두고
"2024년 대한민국에서 자유주의의의 근간인 '자유'가 교육부에 의해 전면 부정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전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안)'과 관련해 이 같은 논평을 내놨다.
이들 단체는 "교육부는 학생들이 '자유' 의지로 결정한 휴학신청을 승인하지 말라는 부당한 행정지도를 통해 학생의 기본 인권을 억압하고 있으며, 의대 교육과정 및 학사에 과도한 간섭과 지시를 내려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내년도 복귀를 전제로 의대생들의 휴학을 '조건부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서울대 의대가 학장 전권으로 자대생들의 올 1학기 휴학계를 일괄 승인함에 따라, 타 대학으로의 '도미노 확산'이 우려되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2025학년도 학기 시작에 맞춰 돌아와야 한다고 휴학원에 명기하되, 기존 '동맹휴학 불허' 노선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대규모 휴학으로 연 3천 명 규모의 의사 배출이 중단되는 것을 감안해 의대 6년 과정(예과 2년·본과 5년)을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전의교협과 전의비는 지난해 1월 교육부 업무보고 시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교육을 통해 사회의 성장잠재력과 경쟁력을 키우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의 다양성', '교육을 하나의 서비스로 보고 수요자(학생)와 공급자(대학)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제도상 보장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국가가 독점하는 방식의 '일방적인' 교육 내용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한 대목도 겨냥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이 'K-정책 플랫폼'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21년 7월, '교육부의 과잉규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교육부를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도 들어
"우리는 '교육에서의 자유와 자율'을 강조한 윤 대통령, 이 장관의 과거 발언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이 천명한 '교육에서의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존중하여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교육부의 대학 과잉규제와 비민주적 간섭을 즉시 거두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이 장관은 본인 소신대로 교육부의 발전적 해체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연합뉴스한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이날 손정호 비대위원장의 명의로 "학생들은 이미 휴학계를 냈고, 이를 받지 않는 것은 교육부"라는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의대협은 교육부가 휴학계 승인 관련 전제조건을 달고 휴학기간을 제한한 것에 대해 "초법적 (발상)"이라며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자 강요, 협박이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적법하게 제출한 휴학계를 수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심지어 대책으로 내놓은 '(의대) 5년제'는 조기졸업의 형태로 된다는데, 1월에 개강해서 1년 내내 빈틈이 없는 의대 학사일정에서 어떻게 가능하겠나"라며 "말도 안 되는 땜질식 처방은 의학교육 질적 하락을 자명하게 가져올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의대협은 이날 소속 회원들에게 공동비대위원장 3인(김서영·손정호·조주신)의 명의로 작성된 같은 취지의 내부 공지문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협회는 해당 공지문에서
"학생 여러분께서는 조건부 휴학 승인을 운운하며 혼란을 초래하는 교육부의 농단에 동요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들의 방향성은 외부의 억압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학생사회 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의대협과 40개 의과대학 학생대표들 또한 흔들림 없이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 관철 및 재학생 보호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