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8일 이틀째를 맞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 1월 부산에서 피습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헬기이송 특혜'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여야(與野) 간 공방이 벌어졌다.
여당이 이 대표의 전원(轉院)을 담당한 양 의료기관의 의료진만 징계 수순에 들어간 점을 재차 지적하자, 야당 의원들은 해당 사건을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위반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점을 강조하며 이번 국감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 전반을 복기하는 자리라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이날 질의 시작 직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어제 장관께 이 대표의 '헬기 특혜'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질의 드린 바 있다"고 먼저 운을 뗐다.
서 의원은
"이 사건이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지금 부산 시민 등이 부산대병원에 가면 주치의 판단 없이 서울까지 헬기로 태워줄 수 있나"라며 "그런 사례가 또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조 장관은 "그건 제가 관련 사례를 좀 봐야 될 것 같은데…"라며 얼버무렸고, 서 의원은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도 특혜라고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상황"이라며 부산시의사회 등 당시 지역별 의사회들이 '지역의료체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는 처사'라고 비판한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
앞서 서 의원은 보건복지위 국감이 시작된 전날, 이 대표가 피습 이후 응급 헬기를 이용해 사건 장소인 부산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사건과 관련해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내부적으로 징계 절차에 들어간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7월 이 사건을 조사한 권익위가 이 대표와 천준호 의원(당시 당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행동강령 위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불법 또는 특혜가 아니란 결론을 내린 반면, 의료진과 소방 관계자들은 '강령을 어겼다'고 본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서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대병원은 지난달 말 해당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서울대병원은 인사위원회 개최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서 의원은 "권익위 의결서에 적시된 내용을 확인해 드리겠다. 이 대표의 전원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서울대병원 임직원 행동강령 제7조 특혜 배제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그 특혜의 대상은 당연히 이재명 대표다. 명백히 특혜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본의든 아니든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한 처사였고 특정인에게 특별한 혜택을 준 사항인데, 책임 있는 공당 대표로서 국민과 의료진에게 사과하기는커녕 당 공식기구에선 언론을 향해 '특혜가 아니다', '보도에 유의하라'고 부인하기만 급급했다"며 "계속 이런 후안무치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야당 측에선 즉각 거센 항의와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의사 출신인 서 의원은
"저도 의사다", "(지금 제가) 질의 중"이라며 맞섰고,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일단 질의를 마치게 해 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서 의원은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치료를 가장 필요로 하는 환자부터 우선 치료하는 게 원칙이고 상식"이라며 "장관께 다시 한 번 강조드리겠다.
응급헬기 출동은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이뤄지도록 관련 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재정비해 달라"고 거듭 밝혔다.
서 의원 질의가 끝나자마자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얻은 민주당 강선우 의원(복지위 야당 간사)은 박 위원장을 향해 "국정감사는 국회에서 국가기관들의 행보에 대해 감사하는 것 아닌가. 회의 진행을 그 취지에 맞게 진행해 주셔야 되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강 의원은
"2024년 10월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재명인가. 윤석열 대통령 아닌가"라며
"국감 취지에 맞게 회의를 진행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에 여당 측 간사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현 정부에 대한 국감이 맞다"면서도 "어떤 사건이 있었고, 관련해 현 정부, 복지부가 관여하는 업무에 정당하지 않은 방법이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도 질의할 수 있는 게 국감"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응급의료헬기 이송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선례가 기존에 별로 없었기 때문에 복지부가 몰랐던 일이고, 이제 알게 됐으면 매뉴얼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주무부처에) 그 부분을 잘하라는 요청은 얼마든지 국감 대상이고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어제도 (정식 질의가 아닌)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부나 정부 관계자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 게 과연 국감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 있었다"고 야당을 겨냥했고, 강 의원은 "회의 진행을 국감 취지에 맞게 해달란 것이었지, 그 질문 내용에 대해선 왈가왈부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야당은 이 대표의 피습이 '정치 테러'였다는 점을 부각하며 치료과정이 정당했다고 옹호했다.
서 의원과 마찬가지로 의사 출신인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응급헬기 관련 정책적인 질의는 굉장히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직위를 이용해 (헬기 이송 등이) 활용되면 안 될 것"이라며 서 의원을 거들자,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제1야당 대표가 괴한에게 목을 찔려 목숨이 경각에 달했던 상황"이라고 받아쳤다.
이 의원은 "그 테러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 분노했고 이 대표가 속히 치료를 받고 회복되길 기대했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헬기를 이용해 서울로 이송돼 치료받은 건 특혜가 아니다. 권익위 의결서에 마치 그런 부분이 있는 것처럼 묘사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을 또 하나 말씀드리자면 권익위가 망가진 것 아니겠나. (대통령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사'는 모든 국민이 봐도 참 문제가 많다"며 권익위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사건을 '위반사항 없음'으로 종결한 점을 공격했다.
같은 당 소병훈 의원도 "이 대표 사건의 본질은 대한민국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의사 소견에 의하면 1㎜ 차이로 목숨이 왔다갔다 했던 중요한 순간에 '제1당' 대표가 좀 더 확실한 치료를 위해 전원한 것을 두고 프레임을 바꿔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