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최종치료가 가능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분당차병원이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인 '케이타스(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1~2등급에 해당하는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국이 상황 파악에 나섰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이 환자는 현재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심각한 경련증세를 보여 119구급대에 실려 온 60대 A씨는 분당차병원에 내원했지만 병원 측이 응급실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9 신고 당시 이미 의식이 없었고 30분 넘게 경련 증상을 보인 A씨의 상태를 감안하면, 이는 KTAS상 가장 위급한 상태인 1~2등급에 속한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분당차병원 응급실은 A씨에게 항경련제를 2회 투여했으나 수용은 하지 않아, 용인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파악됐다.
분당차병원 측은 A씨가 처음부터 용인세브란스병원에 가기로 돼 있던 환자인데, 이송과정에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잠시 응급처치를 위해 분당차병원에 오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인력 부족 등으로 신경과 등의 배후진료가 불가능해 애당초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응급의학계에서는 환자의 중증도를 고려할 때 일단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나 피 검사부터 실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련이 20분 이상 계속되는 '경련중첩'은 상황에 따라 뇌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분당차병원이 응급실을 둔 응급의료기관 중 최상위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란 점에서도 일련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행 응급의료법상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상급종합병원 또는 보유병상이 300개가 넘는 종합병원 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게 돼 있다.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적시치료가 주 목적이다.
A씨의 거주지가 분당차병원이 소재한 경기도 성남시였다는 점도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분당차병원 인근에 또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분당서울대병원과 분당제생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이 있는 등 관내 이송 선택지가 더 있었을 거라는 추정에서다.
환자가 처음 옮겨진 분당차병원에서 용인세브란스병원까지는 약 20㎞ 안팎의 거리가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분당차병원에서 환자를 받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은 119구급대로부터 수용 가능여부를 타진하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측은 A씨가 겪고 있었던 경련중첩이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원내 신경과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환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용인세브란스병원 내과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A씨의 상태는 매우 나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전날 분당차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에 인력을 급파했으나 아직 '정식 조사'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만약 환자 수용 관련, 분당차병원이나 당시 의료진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면 조사단을 꾸려 공식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