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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이종석 소장 "사법의 정치화, 헌재 불신 초래…위기 상황"

법조

    '퇴임' 이종석 소장 "사법의 정치화, 헌재 불신 초래…위기 상황"

    핵심요약

    "사법의 정치화, 민주주의 질서 해칠 것…의지 굳게 해야"
    이영진 재판관, '남소' 방지·헌법재판관 증원 등 개선책 제언
    이기영 재판관 "미련 없어…헌재, 더 좋은 결정 많이 할 것"
    '여야 대치' 후임 재판관 인선 지지부진…재판관 '공백' 불가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헌법재판소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헌법재판소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사법의 정치화'를 꼬집으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신을 초래하는 위기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소장은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와 함께 "재판의 독립을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소장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권한쟁의심판, 탄핵심판과 같은 유형의 심판 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1988년 창립 이후 우리나라에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확고히 하고 국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8월 선고한 이른바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서도 외국 언론 등이 긍정적 평가를 내린 부분도 언급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이런 평가에도 "헌법재판소의 현재 상황이 위기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긍정적인 평가에 안주해서는 안 되고 변화가 필요한 위기 상황에 홀로 힘들게 서 있는 형국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 가지를 당부했다.

    먼저 이 소장은 "업무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년 상반기에 다수의 미제사건이 감소하는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사건 접수의 경향이나 성격, 관련 통계의 세심한 분류에 기초하여 개선 방안의 시행에 따른 성과와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내년 이후로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지난 2월 접수된 사건의 사전 심사를 맡을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또 재판관마다 전속 연구부를 강화하는 등 연구부 조직을 개편했다. 재판관을 보조하는 헌법연구관 정원을 증원하기 위해 내년 예산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헌법재판소에 근무한 지난 6년은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 국민들께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는 데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재판의 독립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법부가 당연히 경계하고 지켜야 할 원칙이지만 오늘 현재 우리 헌법재판소가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권한쟁의심판, 탄핵 심판과 같은 유형의 심판사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정치적 성격의 분쟁이 사법부에 많이 제기되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나타나면 뒤이어 사법의 정치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에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며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를 해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가족 모두 마음가짐과 의지를 굳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퇴임하는 이영진 재판관은 기본권 보장과 아무 관련 없이 무분별하게 헌법소원을 내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관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 격언과 함께 우리 재판소에 대해 신속한 사건처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 오고 있다"면서 "후임 헌법재판관이 선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건의 심리와 처리는 더욱 정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건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여야 대치로 이 소장을 비롯해 이날 퇴임하는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후임 선출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당분간 재판관 공백도 불가피하다.

    이 재판관은 "'정의는 지각을 하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결석을 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신속한 재판을 위해 재판관들은 6년 내내 모두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했지만, 워낙 많은 사건이 접수되는 탓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우선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무분별하게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남소자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 취소 사건을 법원 등으로 관할 이전하는 방안과 헌법연구관 증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6년 동안 여러 사건을 접하면서, 사건들 그리고 선례와의 사이에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점을 잘 드러내고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담은 의견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미련은 없다. 앞으로 재판소에서 훨씬 더 좋은 결정을 많이 하실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소장을 비롯해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은 2018년 10월 18일 국회 선출 몫으로 취임해 이날 6년의 임기를 마쳤다. 이 소장은 재판관 임기 중이던 지난해 12월 1일 헌재 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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