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지난해 스토킹 피의자 1만명…정식 재판 17% 불과 ②'스토킹범' 처벌은 솜방망이?…실형 5명 中 1명 꼴 ③스토킹 여전한 '사각지대'…피해자 막으려면? |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이 오는 21일 시행 3년을 맞는다. 시행 첫해 월평균 175명 수준이던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 피의자는 올해 월 1천명 정도로 5배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입건 피의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지만 벌금형, 약식기소나 기소유예, 불기소 등 법정에 서지 않는 피의자가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 10월 21일 시행 이후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입건된 피의자는 지난해 기준 1만438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10~12월) 408명에서 2022년 7626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올해도 8월까지 8881명이 피의자로 접수돼 월평균 1100명 정도가 스토킹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경범죄로 여겨지던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반의사불벌죄 조항까지 지난해 폐지되면서 혐의 적용 범위가 넓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사 대상이 급증했지만, 실제 피의자 중 태반이 처벌을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검찰이 사건을 종결한 8442명 중 정식 재판에 넘긴 피의자는 1502명(17%)에 불과했다. 반면 약식기소 등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2554명) 불기소(1807명) 처분된 피의자는 4361명(51.7%)이다. 지난해 검찰이 처분한 1만66명 중 약식기소(2722명)·불기소(1910명)가 4632명(46%)인 것을 고려하면 스토킹 피의자 절반 정도가 정식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정식 재판 없이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피의자 스스로 재판을 청구하거나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않으면 검찰이 청구한 벌금형이 확정된다.
그간 검찰은 스토킹 처벌법 제정 이후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혀왔다. 2022년 9월 신당역 피살 사건이 발생 후 법무부는 스토킹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 처벌이 불가능한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인 이원석 전 총장의 취임 '1호 지시'는 "생명·신체 위해 가할 수 있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토킹 범죄 구속 기소 비율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3% 미만이다. 미제 사건도 2022년 629건에서 지난해 974건, 올해 8월까지 1376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법조계에선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수사 강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토킹 범죄의 정의나 법률 적용 기준을 두고 수사기관 내에서 혼란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스토킹 범죄 피해자 구제 및 대응 체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참여한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가 '해석론'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혐의를 적용하려면 △상대방 의사에 반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스토킹 처벌법 해당 행위를 하며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며 △지속·반복적으로 행위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수사관 또는 검사마다 이 해석이 달라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토킹 전담 수사관들 사이에서도 피해자의 '명시적 거절'이 있었는지를 혐의 적용의 주요 척도로 삼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경찰관은 "우리는 웬만하면 다 스토킹으로 의율하려고 해도 검사들은 '이게 왜 스토킹이냐'고 하면서 많이 싸운다. 생각이 너무 다르다"고 토로했다.
전지혜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스토킹정책계장은 "정책과 현장의 괴리를 느끼지만 현재까지는 판례가 축적되고 있어 일면 해석론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생각도 든다. '불안·공포심' 구성요건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했지만,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적용이 명확해졌다"며 "피해자 보호가 촘촘히 이뤄지는 방향으로 법원 판례가 쌓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