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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여전한 '사각지대'…피해자 막으려면?

법조

    스토킹 여전한 '사각지대'…피해자 막으려면?

    [스토킹 처벌법 3년]
    개정 거듭해왔지만 여전히 '사각지대' 남아
    스토킹범죄 유형 '7개'에 불과…빠져나갈 여지도
    '지속적·반복적', '피해자 의사에 반해'…모호한 문언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 '가중 처벌'도 강화해야


    ▶ 글 싣는 순서
    ①지난해 스토킹 피의자 1만명…정식 재판 17% 불과
    ②'스토킹범' 처벌은 솜방망이?…실형 5명 中 1명 꼴
    ③스토킹 여전한 '사각지대'…피해자 막으려면?

    오는 21일 시행 3주년을 맞이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 범죄의 정의가 모호하고 그 유형이 제한적이며, 가중처벌 범위가 좁다는 것이다.

    스토킹 처벌법은 다양한 스토킹 행위를 중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경범죄 처벌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2021년 10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2022년 9월 '신당역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스토킹 처벌법의 한계에 관한 지적이 대두되자 △피해자의 의사 없이는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 조항 폐지 △온라인 스토킹 유형 추가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등의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스토킹 처벌법의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스토킹 범죄의 정의가 모호해 실제 처벌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범죄가 성립하는데, 이러한 단서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속적, 반복적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검찰은 (지속적, 반복적이라는 기준을) '150번'을 요구한다고 듣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문언이 모호하다 보니, 수십 차례 연락을 하고 주거지에 찾아갔더라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다. 지난 2022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피해자로부터 이별을 통보받고도 4개월간 23회에 걸쳐 연락을 하고 집에 찾아간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행위와 행위 사이에 10일에서 3개월 이상의 시간적 간격이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이지는 않다고 본 것이다.

    허 조사관은 "영국 같은 경우 법률에 '2번 이상'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범죄의 구성요건을 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법이 규정하는 스토킹 범죄의 유형이 제한적인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은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 '7가지' 행위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능적으로 접근해 처벌될 수 없는 교묘한 스토킹 행위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규율되는 행위가 열거형으로 돼 있다 보니, 거기에 포섭되지 않으면 처벌 범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1천만 반려인 시대인 요즘, 함께 생활할 때 길렀던 동물을 위해하는 것도 새로운 스토킹 범죄의 유형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토킹 범죄 유형과 범위를 좀 더 구체화하고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발간된 사법정책연구원의 '스토킹 범죄의 재판실무상 쟁점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외국처럼 △제3자에 의한 스토킹 △서성거리는 행위 등을 새로운 유형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승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현행 7가지의 스토킹 유형 외에도, '기타 그 밖의 행위'라는 문언을 넣어서 '(법망을) 빠져나가는 행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토킹 범죄는 스토킹 행위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한데, 그러한 경우 '가중 처벌'을 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현행법은 '흉기나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이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가중 처벌을 하도록(일반 스토킹 범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규정하고 있다. 다만 상해나 중상해, 사망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경우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 규정이 별도로 없다.

    이 교수는 "특수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 범위가 매우 좁게 돼 있다"며 "단순히 따라다니는 것과 칼을 들고 따라다니는 것, 칼을 들고 미성년자를 따라다니는 것은 모두 다르다. 가중적 구성 요건을 추가해 무겁게 처벌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조사관 또한 "접근금지 명령 위반을 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신호다.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스토킹을 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접근금지 명령 등을 위반했을 때는 더욱 중한 범죄로 판단을 하고, 가중 처벌하는 방향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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