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선 육로를 폭파했다고 17일 보도하면서 내놓은 사진은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가 촬영한 영상을 무단으로 캡처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동해선 폭파 장면(왼쪽)과 합동참모본부가 촬영한 동영상 속의 유사 장면(오른쪽) 비교. 연합뉴스남북이 사진 한 장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17일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 도로 폭파사실을 뒤늦게 보도하면서 사진 3장을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실었다.
한 장은 경의선 도로폭파 사진, 또 한 장은 철길, 나머지 한 장은 동해선 도로폭파 사진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 중 동해선 도로폭파 사진에 대해서는 합참이 찍은 동영상을 북한이 '캡처'해 무단으로 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합참은 언론 브리핑에서 해당 사진의 우측에 나타난 파란 표지판과 흰색 가로등, 연기가 퍼지는 모양, 하단의 우거진 수풀 등이 합참 동영상과 거의 유사하다며 "합참이 공개한 영상을 북한이 무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그러자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다음 날 바로 담화를 내고 "몰상식한 소리는 그만 줴치라(떠들어대라)"며 반박에 나섰다.
김 부부장은 "미국 NBC 방송, 폭스뉴스,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같은 세계의 각 언론들이 보도한 동영상 중의 한 장면을 사진으로 썼다"며 "우선 그러한 각도에서 우리가 찍을 수가 없는 것이고 또 구도 상으로나 직관적으로 보기에도 좋고 우리의 의도에 썩 맞더라니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며 한국 매체들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들과 동영상을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에도 북한이 촬영해 공개한 두 장의 폭파사진을 한국 언론들이 무단으로 도용해 보도했는데 과연 "한국에서 언제 우리 승인을 받았는지 알아보아야 할 문제"라는 것이 김여정의 반박내용이다.
그런데 김 부부장의 이런 주장은 저작권 사용에 대한 관행을 잘 모르고 있던가, 아니면 알면서도 일정한 의도를 갖고 억지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의 사진자료는 국내 언론사들이 일본 내 북한 측 중개인을 통해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판권을 구매한 뒤 국내에 배포한다. 배포된 사진자료 등을 국내 언론이 사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표시한다.
조선중앙TV의 영상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로부터 저작권료를 걷는다. 다만 경문협은 대북제재로 송금이 어려워지자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북한이 이번에 사용했다고 하는 세계 언론들의 보도도 사실 합참이 제공한 동영상을 받아 쓴 것이다. 북한이 사진으로 캡처한 동영상의 원 자료가 합참 제공인 셈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보면 전반적으로 이런 관행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김여정은 한국 언론들이 합법적으로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해선 도로폭파 사진을 찍지 못한 북한 군부를 변호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부부장은 결론적으로 "합동참모본부가 직분에도 맞지 않게 사진 따위나 만지작거리면서 망신하지 말고 우리 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에 엄중한 위해를 끼친 중대주권침해 도발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조사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담화는 평양 무인기 사건에 대해 김여정이 발표한 다섯 번째 담화이다. 김여정의 무인기 담화는 다양한 소재를 거론하고 있으나 결론은 한국을 비난하며 적대국가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끝난다. 평양 무인기 사건을 김정은 위원장이 제기하고 헌법에도 반영한 '적대적 두 국가'기조를 주민들 사이에 굳히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