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하이브 로고. 국회방송 유튜브 캡처/하이브 제공타 아이돌 그룹의 외모를 비하하는 등 비방이 다수 포함된 내부 보고서를 지적받자, 회사 공식입장이 아니며 오히려 해당 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책임을 묻겠다고 한 하이브가 국회의 따가운 질타에 '국회 권위 훼손 의도가 없었다'라며 사과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가 24일 진행됐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시총(시가총액) 1위 기업 하이브의 김태호 COO(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했다. 빌리프랩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서, 그룹 엔하이픈(ENHYPEN)과 아일릿(ILLIT)의 소속사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하이브 산하 위버스 매거진의 편집장 A씨가 하이브 임원에게 전송한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를 언급하며, 이 리포트에 "노골적"이고 "질 낮은" 비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 COO는 이날 국감장에서 지적된 '위클리 음악 산업 리포트'와 관련해, 하이브가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발표한 것을 사과했다.
"미안한 말이긴 한데, 성형이 너무 심했음" "못생김의 시너지가 도저히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놀랍게 아무도 안 예쁨"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한 외모 비하는 물론 타 그룹의 라이브 및 무대 실력을 깎아내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때 김태호 대표는 "저것은 저희 하이브의 의견이거나 하이브의 공식적인 판단은 아니다. 온라인상에 들어와 있었던 많은 글들을 저희가 모니터링하기 위해서 모으고 그런 것들을 종합한 내용으로 보인다"라고 해명했다.
하이브도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들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SNS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브의 공식입장이 나온 후, 민 의원은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김 대표에게 물었다.
민 의원이 "다시 여쭈겠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자료, 하이브 내부 문건 스스로 만든 거 맞죠? 여기에는 하이브의 의견도 들어있고 다른 많은 내용도 들어있다. 제가 읽어보니까 그렇게 돼 있다"라며 "하이브의 의견이, 평가가 여기 들어 있냐, 없냐?"라고 물었다.
김 대표가 "당연히 그 문서에는 어떤 의견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운을 떼자, 민 의원은 "아니, 간접적으로 전언이 아니고 인용이 아니고 하이브가 여기 평가한 거 읽어드려요?"라며 "지금 국감을 하고 있는 도중에 하이브가 이런 입장을 냈어요.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제가 국감 현장에 출석해 있는 동안 회사와 소통하질 않아서 잘…"이라며 말끝을 흐린 김 대표는 "(제가) 입장을 내라거나 한 적이 전혀 없어서"라고 해명했다. 민 의원은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제가 이렇게 질문했나 오늘? 하이브가 비판한 자료라 그랬나? 하이브의 내부 문건에 이 아티스트들에 대한 표현이 매우 부적절한 것들이 포함돼 있다(라는 뜻)"라고 부연했다.
전재수 문체위 위원장은 "지금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국정감사가 진행이 되고 있다"라며 "국정감사 의원이 증인께 질의하고 답변한 내용에 대해서 회사에서 저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는 말씀을 위원장으로서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사과하셔야 하지 않겠나? 아니 어떻게 지금 국정감사 진행이 되고 있는데 저런 식으로 입장문을 내실 수가 있나? 저런 식으로 입장문을 내는 것은 국정감사를 형해화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사실 지금 민 의원님께서 말씀해 주셨던 그 저희 하이브의 입장문이라는 거를 보지를 못했다"라며 "제가 정보가 전혀 없어서…"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회사에서 어떤 식이든 입장문을 내 가지고 마치 이 국정감사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든지, 국회의 권위를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나? 더더구나 하이브가 대한민국의 K-콘텐츠를 이끌어가는 대표 기업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는가? 국회가 그렇게 만만한가?"라고 맹공했다.
김 대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하자, 전 위원장은 해당 입장문을 파악해 문체위에 하이브의 정확한 공식입장을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사안으로 감사는 중단됐고, 김 대표는 국감이 속개되는 밤 10시까지 대기해야 했다.
한 시민이 하이브 사옥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잠시 중단됐던 국감이 재개되자, 김 대표는 "제가 국감장에 있는 동안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된 입장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깊은 사과의 말씀드린다. 본 입장문을 게재하게 된 사유는 금일 국정감사 중 당사와 관련된 언급에 대해서 저희의 입장을 묻는 언론 문의가 빗발쳤고 일일이 입장을 전달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문의가 많은 상황이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국정감사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과 국정감사에서 모자이크 처리된 내용이 그대로 노출되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왜곡 및 확산되는 속도가 상당하다고 판단됐다. 이에 입장문 게재를 통해 언론 문의에 신속히 답변하고 올바르지 않은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막고자 긴급히 올리게 된 것으로 확인을 제가 했다"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결코 국회를 경시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국정감사 진행 중 입장문을 낸 것은 당사의 명백한 불찰이다. 국정감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위원장님과 민형배 위원님을 비롯한 문체위 모든 위원님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도 하이브 첫 공식입장 중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라는 대목을 두고 "언론의 문의가 많아서 입장을 냈다고는 하지만 이 부분은 자유로운 얘기나 혹은 회사 내에서 비판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을 외부로 나가는(내보내는) 이 세력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거라는 건, 굉장히 위협적인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회사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이나 내부 논의를 막아버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 이거에 대해서 증인은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희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좀 주셔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바로 확인해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 혹은 적절하지 않은 반응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지고 해당 부분들에 대해 수정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제가 확인한 바로, 조금만 더 설명을 드리면 (첫 입장문은) 지금 그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내용들이 온라인상에서 왜곡 유포되고 있는 부분들을 언급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입장문이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말씀하신 지적 겸허히 받아서 저희가 반영·수정하도록 하겠다"라고 알렸다.
그러나 박 의원은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라는 표현을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어떤 의도로 누가 이런 것을 컨펌을 해서 자료를 냈는지에 대해"라고 다시금 설명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내부자 색출을 한다거나 이런 문제들이 없도록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걸 물어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 내부에서 건전한 비판을 하고 회사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분들이 보호받아야 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지금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이미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거다. 제가 말씀이 좀 부족해서 제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송구하게 생각한다"라며 "저희 회사가 조금 더 나은 회사가 되는 데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이 "(내부자를) 색출하겠다는 건가, 안 하겠다는 건가?"라고 재차 묻자, 김 대표는 "내부자 색출 생각이 전혀 없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라고 답했다. '음악 산업 리포트'를 두고 "(이와) 관련한 문제도 앞으로 꼭 바로잡도록 하겠다. 소속 아티스트는 물론 모든 이의 인권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리딩(선도하는) 컴퍼니로서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분명히 약속드린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죄송하다"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김태호 증인께서는 하이브의 최고운영책임자 자격으로 출석을 하신 거 아닌가?"라고 한 전 위원장은 "국정감사는 헌법 61조 국회법 127조 국정감사 및 조사에 따른 법률에 따라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한류가 세계적인 한류로서 지속성을 가지고서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을 가지고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을 지적하는 와중에 이런 입장문을 내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가 있다"라고 다시 한번 언급했다.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 한류를 이끄는 일등 기업이 국회와 국정감사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로서는 온당치 못하다는 것이 우리 위원들과 위원회 입장"이라며 "민형배 위원님을 비롯해 여러 위원님들께서 지적해 주신 사항들을 제대로 반영해 '지속 가능한 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을 위해서 더 노력해 주십사 하는 그런 말씀을 드린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