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명태균 씨 페이스북 캡처창원지검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사건'을 검찰수사관만 있는 수사과에 두다 9개월 만에 검사가 있는 형사부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창원지검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입에 단내 나도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주목하지 않던 사건이 언론에 의혹이 나오기 시작하자 부랴부랴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2월 경남선관위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태균 씨 등을 수사의뢰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창원지검은 당시 이 사건을 중요하게 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검은 검사 없이 검찰수사관만 있는 사무국 수사과에 이 사건을 수개월 간 배당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3명은 현재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관련자로 드러났지만 당시에는 검찰이 단순 정치 후원금의 비용 처리 문제 정도로 봤는지 수사도 뭉그적거렸다. 실제 올초 명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한 번 조사, 김 전 의원도 1회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기자에게 첫 조사는 지난 4월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창원지검. 이형탁 기자그러다가 지난달초 언론에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 터진 시점에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수사과에서 검사가 있는 형사부(4부)로 옮겼다. 이어 지난달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이들 3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강제수사를 벌였다. 이때도 9개월 만에 압수수색이라고 언론에서는 늑장수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이에 대해 지난 17일 창원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수사를 하고 있다"고 이 사건 수사 상황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사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사건이 언론에 의혹이 나오기 시작하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정유미 창원지검장. 연합뉴스정 지검장은 지난 5월에 지검장으로 취임했는데 그의 말대로 최선을 다해 수사를 했다면 진작 이 사건을 형사부 등 검사가 있는 부서로 배치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유미 지검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기자에게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창원지검은 과거와 달리 대검찰청과 부산지검에서 검사 1명씩 파견을 받아 수사인력을 충원하고 최근 강씨를 소환해 11시간 반 동안 조사하는 등 강도 높게 수사 중이다. 또 최근에는 김 전 의원이 현역 의원이던 시절 함께 근무했던 보좌진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명씨와 강씨, 김 전 의원 등 3명이 지난 2022년 창원의창 보궐선거와 관련해 실제 김 여사 공천 청탁 대가 여부와 9천만 원을 주고받은 경위 등을 캐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 흐름상 명씨와 김 전 의원도 곧 소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검찰관계자는 "수사 중인 내용이라 관련 내용을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