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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 '깡' 활개치는데…감시 시스템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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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누리상품권 '깡' 활개치는데…감시 시스템 '유명무실'

    대구 마늘 가게 3곳에서 매달 192억원 온누리상품권 매출
    3곳 모두 가족이 운영… 2곳은 '페이퍼 컴퍼니'
    상품권 부정유통 감시하는 'FDS' 시스템, 실시간 감시 못해 유명무실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자료받아 주기적으로만 처리"

    연합뉴스연합뉴스
    A상회는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마늘과 양파 등을 파는 채소가게다. 전통시장 가게여서 온누리상품r권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이 가게의 월 평균 온누리 상품권 매출액은 1억 4천만원. 그런데 올해 들어 이 매출액이 63억원으로 갑자기 뛰었다.이상한 점은 주변에 마늘과 양파 등을 파는 똑같은 업종의 '경쟁자'들이 올들어 갑자기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 4월에는 같은 시장 안에 B농산이라는 가게가 생겼고 7월에도 역시 같은 시장 안에 C농산이 문을 열었다. 새로 개업한 두 가게의 월 평균 온누리상품권 매출액은 각각 74억원과 55억원. 세 가게의 온누리상품권 월 평균 매출액을 합치면 무려 192억원으로, 현금과 신용카드 등의 매출까지 합친다면 적어도 매달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마늘 팔아 번 돈이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의 규모까지 넘어서는 것이다.
     
    온누리상품권 매출 전국 1,2,3위를 나란히 차지한 이들 세 가게의 소유주는 공교롭게도 한 가족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이 각각 소유하고 있는데, 전국 2위 업체인 아들의 가게만 빼고 나머지 두 가게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인 것으로 확인됐다.


    온누리상품권 유통에 구멍이 뚫렸다. 유령점포를 만들어 실제 상품거래 없이 온누리상품권을 대량으로 끌어모은 뒤 이를 현금으로 바꿔 할인차액만 취하는 '부정유통'이 조직범죄 수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할인 상품권으로, 소비자는 액면가에서 10%~15%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고 온누리상품권을 받은 상인은 금융기관에서 액면가만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데, 할인된 차액은 국가 예산으로 지원되는 구조다.
     
    문제는 상인들이 실제 물품거래 없이 온누리상품권만 대량 매집해 현금으로 바꾸면 손쉽게 차액을 현금으로 챙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담당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20년 'FDS(이상거래감지 시스템)'를 도입해 온누리상품권 유통 흐름을 모니터링 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대규모 부정유통이 횡행하고 있는데도 FDS 시스템은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실시간 감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종이형 온누리상품권은 카드형이나 모바일형과는 달리 FDS 시스템에서 이상거래를 실시간으로 들여다 보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FDS 운영을 맡고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도 "종이형 온누리상품권은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온누리상품권 매출 자료를 주기적으로 받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실시간 추적은 안된다"고 설명했다.


    허술한 감시망, 종이형 상품권 축소 고심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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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부의 사후적 감시도 허술한 것으로 보인다.

    세 가게 가운데 실재로 존재하는 A상회는 올해 온누리상품권 월 평균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무려 40배 이상 갑자기 뛰었는데도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사후적 감시가 허술한 점을 간파한 이들 일가는 올들어 페이퍼컴퍼니 두 곳을 추가로 열어 온누리상품권을 대량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과 환전 과정에서도 감시가 소홀했다.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개별가맹점으로 등록 신청을 해야 하는데, 주로 상인회를 통해 신청한다. 이번 경우도 상인회가 유령점포에까지 등록신청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세 가게는 인근 새마을금고에서 주로 환전을 했는데, 매달 200억원에 가까운 온누리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해 주면서도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환전한도가 무려 990억원으로 책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을 막기 위해 점포별 환전한도를 규제하고 있다. 매출액이 늘면 환전한도를 증액할 수 있다.
     
    하지만 세 가게 가운데 올 들어 생긴 두 곳은 온누리상품권 등록 신청 시 예상 월 매출액을 각각 4000만원과 6500만원으로 적어냈다. 환전한도 990억원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데도 적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상인회가 상인들의 편의를 봐주는 축면이 있다"며 "새마을금고 이사장 중에는 상인회장 출신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허위 매출을 일으켜 환전한도를 늘리기도 하고 거래 규모가 큰 도매시장 상인이나 '상품권 브로커' 등을 통해 환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종이형 상품권을 대폭 줄이고 카드형이나 모바일형 상품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FDS시스템을 실시간 추적이 가능한 수준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정부는 종이형 상품권 축소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팔린 온누리상품권 가운데 종이형이 2조 1814억원으로 전체의 74.2%에 달한다. 기업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대량구매하기 때문에 종이형의 비율이 높다.

    만약 종이형 상품권 발행을 줄이면 온누리상품권 전체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야당의 지역화폐 정책에 반대하며 온누리상품권을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부는 올해 4조원대 발행한 온누리상품권을 내년에는 5조 5천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중기부 안팎에서는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을 뿌리뽑지 않으면 혈세만 낭비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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