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ESG 여행문화 캠페인 '친환경 줍젠' 6회차 참가자들. 김민수 기자매년 해양자원을 파괴하는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해변에서 지역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자발적으로 해양 쓰레기 수거에 참여하는 환경보호 ESG 여행문화 캠페인 '친환경 프로젝트 줍젠' 6회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와 제주미니 주최로 30일 오전 닭머르 해변 일대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전날 풍랑주의보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과 여행객, 자원봉사자 60여 명이 함께 참여해 제주 해안가에 밀려오는 쓰레기를 수거하며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됐다.
참가자들은 제주 러닝 동호회인 제주RC 러닝크루 페이서들과 함께 올레길18코스와 닭머르 해변 일대 3㎞를 달리며 제주 해안의 아름다운 풍광을 느끼는 동시에 먼 바다에서 떠밀려온 해양 쓰레기들이 제주 해안가 환경을 어지럽히고 있는 현장을 체감했다.
러닝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장갑과 폐기물 수거 자루를 들고 풍랑의 영향이 적은 안전한 해변을 따라 이동한 뒤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조깅(Jogging)과 쓰레기 줍기(plocka upp)가 결합된 플로깅을 의미하는 줍젠은 '주울래? 줍자! 주울거야!'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제주어로, 젠은 종결어미이기도 하지만 JEN(Jeju Eco-Friendly Network)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해양 쓰레기 수거 중인 참가자들 해변에는 버려진 플라스틱, 유리병, 어구 등 각종 폐기물이 가득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해류의 영향으로 매년 여름과 겨울은 해양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밀려오는 시기"라며 "최근에는 주사기 등 의료 폐기물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참가자들은 약 1시간 동안 닭머르 해변 곳곳을 청소하며 손수 모아 해양 쓰레기들을 폐기물 분리수거 자루에 담았다. 이번 행사에서 수거된 쓰레기 양은 1.5톤 트럭 한 대 분을 훌쩍 넘겼다. 대부분 플라스틱 제품들이어서 재활용을 기대하지만 소금기를 머금고 있어 대부분은 소각처리 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에서 매년 1만t이 넘는 해양 쓰레기가 수거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제주 해양 쓰레기 수거량이 2만t을 기록한 뒤 최근 1만t대로 내려왔으나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의 폭우나 태풍에 의한 재해성 쓰레기도 매년 10% 정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상기후로 인한 고수온과 해양 오염으로 어선 어획량은 줄어드는 반면 폐어구, 플라스틱병 등 해양 쓰레기 발생이 늘면서 제주 어민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누적 1300만 명을 넘기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 활동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자녀들과 평소 플로깅 활동을 다닌다는 문유지(제주시 이도2동)씨는 "치워도 치워도 계속 쌓이는 쓰레기를 보면 많이 안타깝다"면서 "그래도 요즘 해양 쓰레기 수거에 나서는 봉사자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두 번째 줍젠 행사에 참여한다는 입도 1년 차 김태영(제주시 애월읍)씨는 "아이들이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알면 좋을 것 같아 함께 참여하고 있다"며 "쓰레기들이 많지만 참여하는 분들과 함께 수거하다 보니 금방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고 놀란다. 조금만 우리가 힘을 합쳐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제주의 환경을 지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보물찾기 놀이를 하듯 고사리 손으로 바위 틈의 쓰레기를 찾아 눈빛을 반짝거렸다. 엄마와 자주 행사에 참여한다는 한 초등학생 아이는 "제주는 우리의 땅이니까 쓰레기가 한 톨도 없게 만들어야 한다"며 "쓰레기가 많은 것을 보니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해양 쓰레기를 수거한 참가자들은 재활용품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체험 기회도 가졌다. 버려지기 아까운 맥아마대를 이용한 텀블러 커버와 사용하지 않는 천을 이용해 비닐봉지를 대체하는 밀랍랩 만들기도 성황을 이뤘다.
행사가 끝날 즈음 얼굴을 할퀴던 바람이 잦아들고 꾸물대던 구름이 걷히며 파란 하늘이 열렸다.
이날 줍젠 행사는 해양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제주도관광협회는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민들과 여행객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ESG 여행문하 활성화 줍젠 캠페인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제주식 플로깅인 줍젠은 개인의 건강을 챙기며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