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장소인 과일가게 앞은 사고의 여파로 과일 잔해 등이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양형욱 기자올해 마지막 날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서울 양천구의 한 시장으로 돌진하면서 12명이 다치고, 40대 상인 1명이 끝내 숨졌다. 사고 차량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오랜만에 차를 끌고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31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남성 운전자 김모(74)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후 3시 53분쯤 서울 양천구 양동중학교 방면에서 등촌로 방향으로 직진하다가 깨비시장으로 돌진해 상인과 행인들을 다치거나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김씨에겐 치상 혐의가 적용됐으나, 사망자가 나오면서 혐의가 변경됐다.
김씨가 몰던 차량은 앞에 있던 버스를 앞질러가던 중 가속해 시장 상점과 사람들을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9명이 경상을 입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40대 남성 상인 1명은 안타깝게도 숨졌다.
경찰은 112신고를 접수한 후 교통경찰과 지역경찰 순찰차 31대, 60여 명을 현장으로 보내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등을 확보했다.
시장에 있던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씨가 몰던 검은색 에쿠스 차량은 시장 초입에 있는 과일가게 가판대로 그대로 돌진해 충돌했으며, 이후 20~30미터가량 앞으로 나아갔다. 한 상인은 "연말이라 시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 터라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맞은편 건물 관리인은 "과일가게를 지나다가 '펑' 소리가 났다. 그쪽에 뻥튀기 가게가 있어서 처음에는 기계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검은색 차량이 (가게 가판대 등을) 들이받은 상황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사고 당시) 탱크 소리가 나서 (밖을) 봤더니 과일가게를 (들이받고) 쭉 달리다가 (사고 차량이) 멈췄다"며 "시장에 있는 상인들은 놀라서 주저앉아 있었다. 마음이 아프다"고 씁쓸해했다.
경찰은 확보한 증거물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김씨에 대한 음주운전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약물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서가던 차를 피해 가속하던 중 시장 가판대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며 "급발진은 없었으며, 차를 오랫동안 주차장에 세워놔 방전이 걱정돼 오랜만에 끌고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