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형겸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장. 강민정 기자"지금 지역 건설산업은 과거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든 상황입니다."
최근 철강, 시멘트 등 건설 자재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고, 인건비 상승과 숙련된 기능 인력 부족이 겹치며 부산 전문건설업계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젊은 세대의 건설업 기피와 탈지방화 현상까지 겹쳐 업계는 암울한 현실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해 10월, 지산특수토건㈜의 김형겸 회장이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 대표회원 전원 일치로 제13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부산에는 약 2500개의 전문건설업체가 있다. 2023년 기준 7조 원 이상의 실적과 월 12만 명의 고용을 기록하고 있다.
김 회장을 만나 부산 전문건설업계의 현황과 그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커피 한 잔'의 리더십
김형겸 회장은 단체 외부 손님을 맞이할 때면 양손 가득 커피를 들고 협회로 들어선다.
협회 직원들이 회원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커피 준비 같은 일도 직접 나서는 모습은 그의 겸손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겸손에 그치지 않는다. 건설업계에서 33년 동안 쌓아온 경험과 철학은 단단하고 확고하다. 그는 강조한다.
"기술만이 살길입니다."지산특수토건: 기술과 혁신의 상징
김 회장이 이끄는 지산특수토건㈜은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반 보강과 천공 기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매출의 5~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15건의 특허와 8개의 자체 공법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공동 연구로 개발한 3S 공법과 특수시멘트는 일본 전문가들조차 감탄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또한 부산대와 협업해 개발한 스마트 IoT 기반 강관 다단 그라우팅 공법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시공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부산 건설업계의 위기와 도약의 기회
부산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참여율은 현재 50%에 불과하다. 민간 공사의 경우, 이 비율은 44%로 더 낮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깊은 우려를 표했다.
"부산에서 발생하는 건설사업의 절반은 타 지역 업체가 가져갑니다. 이로 인해 부산의 자금 상당액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죠. 특히 민간공사의 경우 참여율이 44%로 더 낮아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쟁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된 문제입니다."김 회장은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도권 대형 건설사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가덕도 신공항: 지역 업체 참여 비율 30% 이상 확보 목표
부산 역사상 최대 규모인 14조 3천억 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 회장은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참여 비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단순한 건설사업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의 교두보가 될 사업입니다.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공사에서는 지역 업체의 참여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도록 협의 중입니다."김 회장은 부산시, 국토교통부와 긴밀히 협력해 지역 업체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지산특수토건㈜의 김형겸 회장이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 대표회원 전원 일치로 제13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강민정 기자'Scale Up' 사업: 지역 전문건설업체 경쟁력 강화의 핵심
김 회장은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회와 부산시가 함께 추진 중인 "Scale Up" 사업을 강조했다.
이 사업은 경영컨설팅을 통해 기업의 경영 능력을 향상시키고, 건설 대기업 협력업체 등록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총 116개 업체가 참여해 90%가 넘는 만족도를 기록하며 매년 확대되고 있다. 협회는 기술능력 향상을 위해 인정기능사 제도를 활용하고, 해외 우수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Scale Up' 사업은 부산 전문건설업체가 수도권 대형 건설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돕는 중요한 발판입니다. 이를 통해 부산 건설업체들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습니다."2025년, 새로운 40년을 향해
2025년은 협회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김형겸 회장은 "우리는 기술과 혁신, 그리고 지역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건설한국의 새로운 40년을 만들어가야 합니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종합건설업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지역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부산CBS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형겸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장.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 제공김 회장은 최근 시행된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에 대해 언급하며, 전문과 종합건설업체의 상호시장 진출이 전면 허용된 점을 지적했다.
"우리 협회 중앙회와 함께 전문공사의 보호구간을 설정해 2027년까지 4억 3천만 원 이하의 공사는 전문건설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 금액에는 자재비가 포함되어 실제 공사금액은 더 낮고, 2028년 이후 보호구간마저 사라지면 전문건설업계는 수주 물량 급감으로 고사 위기에 처할 우려가 큽니다"며 업계 생존을 위한 지속적인 대책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형겸 회장은 회원사들과 함께 침체된 건설경기를 회복시키고 부산 건설업계의 위상을 선도적으로 재정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