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김의철 전 사장. 황진환 기자법원의 해임 처분 취소 판결에 KBS 김의철 전 사장이 심경을 밝혔다.
김 전 사장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오늘 판결이 공영방송 KBS 정상화의 조그만한 계기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판결에서 확인됐듯이 저의 해임은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전면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이자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이어 후임 박민 전 사장, 박장범 사장 등에 대해 "'조그마한 파우치'만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게 남은 윤석열 대통령 특별대담, 8·15 광복절에 기미가요 편성, 계속되는 '땡윤' 뉴스 논란 등이 계속되면서 KBS의 신뢰도는 곤두박질치고 있고 시청자들이 떠나가고 있다"라며 "'수신료 분리징수 만큼은 어떻게 해결해주겠지'라는 구성원들의 기대마저 저버리고 수신료 통합 징수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사장을 해임했지만 현재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는 "윤 대통령이 이렇게 무모하게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기까지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KBS를 비롯한 언론들이 '권력에 대한 견제·감시·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주권 침탈세력'이니 '반국가세력'이니 하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12·3 내란 사태 이후에도 아무런 비판없이 '내란 주도세력'에게 지면과 마이크를 내주고 있다. 심지어 법치주의 기본 중의 기본인 '영장 집행'마저 논란거리로 만들어 국민들을 호도하면서 이간질시키고 있다"라고 일침했다.
보수 정권마다 휘둘려왔던 KBS에 회의적인 국민을 향해서도 'KBS를 잊지 말아달라'라고 호소했다.
김 전 사장은 "KBS에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과감히 채찍을 들어주시라. 진정한 주인인 국민의 뜻을 받들라고 강력히 비판해 주시라. 뉴스를 제대로 하고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들라고 압력을 행사해 주시라. 지금 당장 밉고 맘에 들지 않는다고 KBS에 무관심하고, 포기하고, 잊어버리지는 제발 말아주시길 간절히 호소드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은 상업 방송들이 할 수 없는 보편성, 독립성, 다양성의 가치를 토대로 민주주의 사회 소통의 근간이 돼야 한다. 공영방송이 무너지면 공공성과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KBS가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공론장이자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KBS 구성원을 향해서는 "지금 KBS는 신뢰의 위기, 재원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 등 다양한 위기가 중첩돼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가장 중요한 게 신뢰의 위기"라며 "KBS가 진정한 주인인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존재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지금 KBS가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경영진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책임도 크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KBS 김의철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김 전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