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을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한다.
샘 올트먼이 이처럼 한국에 방문해 기업인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나는 배경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AI(인공지능) 경쟁력 강화와 투자 유치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등의 추격에 대한 오픈AI의 맞대응 성격이라는 풀이도 있다.
빌더 랩→SK·삼성·크래프톤 경영진 만남→카카오 간담회
올트먼 CEO가 세 번째로 한국을 찾은 이유는 AI 개발자를 대상으로 열리는 오픈AI 워크숍 '빌더 랩' 참석 때문이다. 세계를 돌면서 열리는 빌더 랩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의 개발자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표면적인 방한 목적은 빌더 랩이지만, 한국 IT 기업들의 주요 경영진과의 만남도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먼저 최태원 SK 회장과 만나 오픈AI의 맞춤형 AI 반도체에 탑재하기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 확보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지난해부터 직접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설계는 브로드컴이 하고, 내년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때 들어가는 HBM 때문에 SK하이닉스와 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합뉴스지난해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았던 올트먼 CEO는 이번에도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을 만난다.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 가능성도 높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트먼 CEO와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부회장 등 경영진과의 회동을 예상했지만, 이 회장이 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이 자리에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로 삼성전자 제품에 오픈AI의 AI 모델을 탑재하는 방안과 AI 전용 단말기 개발 구상에 대해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 CEO는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제휴를 통해 AI 전용 단말기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트먼 CEO는 빌더 랩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공동으로 서비스 협력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AI 서비스 '카나나' 출시를 앞둔 카카오는 오픈AI의 챗GPT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적극 활용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픈AI가 카카오톡(메신저), 카카오T(모빌리티) 등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에도 AI 에이전트 서비스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와 오픈AI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카카오 주가는 3일 전날보다 9% 상승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등과도 만나 AI 관련 협업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2023년에는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 자회사 렐루(ReLU) 게임즈를 설립하고, 지난해에는 오픈AI와 계약을 맺고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전 직원에게 제공했다. 오픈AI의 대형언어모델(LLM) GPT-4o를 도입한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출시하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CEO.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딥시크 충격파' 이후 광폭행보 눈길
샘 올트먼의 광폭행보는 시기적으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파'가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끈다. 올트먼 CEO는 서울을 떠난 뒤 6일 인도 뉴델리에서 투자자들과 만나고 7일에는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열리는 AI 세미나의 패널로 참석한다. 10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AI 서밋에 참석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만난다. 두바이로 건너가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 조셉 차이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회장과 함께 세계 정부 서밋에도 참석한다.
올트먼 CEO가 열흘 동안 동아시아·유럽·중동 6국을 다니는 광폭행보를 보이는 것은 후발 주자들의 위협적인 추격 때문이다. '챗GPT'로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지만, 중국산 가성비 AI인 딥시크와 같은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이면서 주도권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픈AI는 최근 저렴한 추론 모델 'o3-mini'를 내놓은 데 이어 전날에는 고급 검색을 앞세운 AI 에이전트(비서) '딥 리서치'를 공개했다.
올트먼 CEO가 이번 방한에서 한국 법인 설립 계획을 밝힐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오픈AI는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과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