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 배우 나오미 애키,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최두호 프로듀서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국가의 폭력은 압도적이고 극단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때 우리가 가진 건 결국 사람들의 힘이고, 그 힘의 근원에는 서로를 향한 사랑과 마음이 있다. 그 힘은 국가나 제도가 가진 힘보다 훨씬 위대한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힘이 결국 승리를 가져오게 된다. '미키 17'이 그런 걸 말하고 있다." _마크 러팔로
로버트 패틴슨의 뒤를 이어 내한한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봉테일' 봉준호 감독과 '미키 17'을 촬영한 소감과 영화가 관객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야기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들로 변신해 열연을 펼친 배우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가 오늘(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미키 17'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봉 감독과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 국내 개봉하는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나오미 애키와 마크 러팔로는 봉 감독과 처음 작업했으며, 스티븐 연은 '옥자'에 이어 두 번째 협업이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봉테일'로 불리는 봉 감독과의 작업이 만족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스티븐 연은 봉 감독을 두고 "눈빛, 그러니까 봉준호 감독님만의 시각이 아름답다"라고 극찬했다.
마크 러팔로는 봉 감독의 현장에서 스토리보드를 본 놀라움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전에는 스토리보드로 일한 적이 없다. 감독님이 그림을 대부분 다 그리셨더라"라며 "스토리보드에 대본에서 본 것들의 힌트가 있었다. 감독님은 보지 말라고 했지만, 스토리보드를 보며 내가 전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걸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감탄했다.
그는 "봉 감독은 정말 친절하다. 또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은 감독인데 겸손하다. 계속 친구로 남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배우 나오미 애키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사랑하는 미키 17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나샤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 시즌2, 영화 '블링크 트와이스' '아이 워너 댄스 위드 섬바디' '레이디 맥베스' 등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이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나오미 애키는 미키의 연인이자 얼음 행성의 요원이자 전투기 조종사 나샤를 연기했다. 나샤는 미키가 몇 번을 새롭게 출력되든 변함없는 사랑으로 미키의 곁을 지키는 인물이다.
나오미 애키는 나샤가 미키 17을 지키기 위해 나설 수 있는 힘의 원천에 관해 "최고의 영웅이나 지도자들이 행동하게 될 때는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사랑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런 사람이 결국 이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샤와 미키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해내는 것"이라며 "모두가 자신의 삶에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웅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니까 지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키 17'이 바로 평범함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전 세계에서 많이 봐야 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스티븐 연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미키 17의 친구 티모
나샤와 반대로 티모는 자기자신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다. 영화 '미나리' '옥자',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에서 대체 불가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프라임타임 에미상®, 미국배우조합상 남우주연상을 석권한 스티븐 연은 미키와 함께 얼음 행성으로 이주한 그의 친구이자 전투기 조종사 티모 역을 맡았다.
지구에서부터 미키의 친구였던 티모는 일련의 사건 이후 미키와 함께 얼음 행성으로 향하지만, 미키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다. 한때 미키와 남다른 우정을 자랑하는 친구였지만, 이제는 죽음을 눈앞에 둔 미키에게 죽는 건 어떤 기분이냐며 얄궂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스티븐 연은 티모에 관해 "버려질 거라는 두려움, 그리고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라며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고 시니컬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초현실자이기도 하다. 그런 사고방식과 삶의 기술은 어려운 성장 과정 때문에 나타났을 거라고 본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티모와 마셜이 대비되는 지점이 흥미롭다며 "합리적으로 봤을 때 유사점이 많은 것 같다. 둘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의도나 동기가 다른 것"이라며 "티모는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상황을 판단해서 어떤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일지 고민한다. 생존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마크 러팔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독재 역사의 압축판 마샬
'미키 17'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일각에서는 영화 속 독재자 악당인 마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왔다. 특히 '미키 17' 속 마셜이 엮는 특정 사건이 현실과 똑같아서 놀랐다는 반응이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악역에 도전한 마크 러팔로는 마셜이 특정 인물에서 따온 캐릭터는 아니며,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길 바랐다고 했다. 그는 "마셜은 전형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치인, 우리가 아주 오랜 시간 봐온 독재자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에는 정말 많은 게 나온다. 존재하지 몰랐지만, 결국 존재하게 된 많은 게 영화에 있다"라며 "우리가 촬영하던 2년 전엔 몰랐지만, 마치 예언처럼 현실에 나타난 요소도 있다. 사람들이 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았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가여운 것들' '비긴 어게인', '나우 유 씨 미' 시리즈 등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해낸 마크 러팔로는 얼음 행성 개척단의 독재자 케네스 마셜 역을 맡아 생애 첫 악역에 도전했다. 마셜은 얼음 행성의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한 뒤틀린 욕망으로 그 어떤 기상천외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배우 나오미 애키와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17'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마크 러팔로는 자신이 연기한 독재자 마셜이 영화 안에서 어떤 폭력을 휘두르는지 이야기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는 인물들의 모습에 바로 '미키 17'의 메시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그는 "마틴 루터 킹이나 간디와 같이 비폭력 운동이 결국 폭력보다 큰 변화를 만들어 냈다"라며 "특히 국가의 폭력은 압도적이고 극단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때 우리가 가진 건 결국 사람들의 힘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힘의 근원에는 서로를 향한 사랑과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나샤가 가진 미키에 대한 사랑이 바로 그런 사람들의 힘을 보여준다. 그 힘은 국가나 제도가 가진 힘보다 훨씬 위대한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힘이 결국 승리를 가져오게 된다"라며 "우리가 폭력에 대비해 일어나는 것 자체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일어는 건 강력한 힘이 된다. 우리 영화가 그런 걸 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