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방송 캡처명태균 특검(특별검사)법의 처리 여부를 두고 관심이 모아졌던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법사위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하지도 않았는데,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법사위
증인석에서 발언을 한 것이다.
김 의원이 이날 법사위 회의장으로 향한 것은 이른바
'에너지 3법'으로 불리는 전력망확충법(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때문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19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다.
각 법안에 대해서 이견이 있었지만, 산자위 내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이해를 조정해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에너지산업계를 비롯한 경제계에서는 이들 법안이 산자위 문턱을 넘자 '염원'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합의처리를 반겼다.
그런데 이렇게 합의처리된 법안에 변수가 생겼다.
법사위 심사였다.
법사위는 법사위 소관 법안 뿐 아니라 타 상임위 법안에 대해서도 본회의 회부 전 체계자구 심사를 하는 일종의 '상원' 기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 법안에 대해서도 심사를 하게 됐는데, 문제는 단순히 체계자구만 검토한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반대 의견이 제시가 됐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이 같은 기조는 법사위 전체회의 전부터 감지가 됐다.
이에 김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회의 시작 전 법사위 위원장실을 찾았다. 전체회의 전 사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법사위에서 타상임위의 법안에 대한 제안설명은 '상임위원장'만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발목이 잡혔다.
간사를 비롯해 다른 상임위원이 설명을 하려면 해당 상임위원장의 승인·허가가 필요한데 이 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인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체코로 출장을 떠났는데, 해외에서 일정을 소화 중이던 탓에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결국
김 의원의 제안설명은 불발됐다.
김 의원은 그럼에도 산자위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원래 있던 자신의 일정에 참여했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이 전체회의를 개의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그러던 와중 오후 1시쯤 김 의원에게 한전 측 인사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기재부의 반대가 심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김 의원은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에게 연락해 기재부의 입장 내용을 공유하며 통과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여당 법사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본격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해상풍력법에 관련해서는
기재부가 '체계의 정합성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며 "별도로 한 번 논의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은 "재정과 관련 문제 아닌가. 이런 입법 태도가 조금 문제가 있다"며 "각 개별법마다 이렇게 문을 열 수 있는 임의조항을 넣는 다는 것은 결국 이게 쌓이면 일반적인 원칙이 흔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오후 2시 20분쯤 "원래 김 의원이 와서 제안설명도 하고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설명 조건이 안 맞았다"며 "제안설명은 위원회 대안이라서 간사가 (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지금이라도 와서 이 부분을 좀 설명했으면 좋겠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김 의원실 보좌진은 즉시 김 의원에게 연락을 했는데, 오후 2시 외부 일정을 소화 중이던 김 의원은 즉시 행사장을 떠나
5분만인 2시 25분쯤 회의장에 도착했다.
제안설명자 자격이 없던 김 의원은 별도의 자리를 배정받지 못했고, 결국
증인석에서 대기했다.
정 위원장이 여당 소속 이철규 위원장이 맡고 있는 산자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이지 않느냐며 법사위 처리 필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제가 지금 김원이 간사를 오라고 했다"고 말했는데, 이미 도착해 있던
김 의원은 증인석으로 나가 "왔습니다"라고 답하며 관련 증언을 시작했다.
설명 요구를 받은 김 의원은 전력망 부족 현실, 가공선로 설치·운영을 위한 정부 재정 지원의 필요성, 고준위 방폐장의 필요성, 전기 수요 충족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필요성, 무탄소·탈탄소를 위한 일부 생태계 파괴의 불가피성 등을 설명하며 여야 법사위원들에게 법안 처리를 거듭 부탁했다.
김 의원의 '증인석 설명' 끝에 법사위원들이 가결에 찬성한 이들 에너지 3법은 다음 날인 27일
본회의 문턱마저 넘으며 최종 처리됐다.
김 의원은 "여당 의원이 위원장인 상임위에서 합의를 이끌어 낸 것도, 타 상임위 간사임에도 증인석에서 차례를 기다려 설명에 나서야 했던 것도 모두 쉬운 일은 아니었다"면서도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미래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전기 인프라가 부족한 호남지역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던 만큼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