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자신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 기념 북콘서트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후일담을 담은 저서로 돌아온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5일 "만약에 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같은 사법리스크를 갖고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해보라"며
"제가 (유죄 선고를 막고자) 계엄령을 발동해 사법부를 눌러버릴 거라 생각하실 수 있겠나. 그게 (둘 사이) 차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 대표가 집권할 경우, 자신의 유죄 판결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몇 번이고 계엄을 시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열린 자신의 첫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법을 바꿔서 나의 범죄가 죄가 안 되게 하겠나. 그런데 이 대표는 어떤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가정이나마 추후 본인이 대권을 잡을 가능성을 언급한 셈인데, 사회자는 이내 "원론적인 얘기"라며 수습에 나섰다.
해당 발언은 한 전 대표가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민주당의 탄핵 남발을 비판하며 '87체제 극복'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 전 대표는 현 여당 지도부와 같은 맥락에서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겨냥해
"대한민국 헌법에는 늘 탄핵제도가 있어왔다. 그렇지만 '탄' 자를 꺼내는 데에도 서로 눈치를 봤는데 이 사람(이 대표)은 29번을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막장 스포츠'에서도 서로 눈을 찌르면 안 된다는 정도의 룰은 있는 건데, 이 분은, 이 정치세력(민주당)은 그런 생각 없이 (상대방의) 눈이라도 찌르겠다고 나오는 것"이라며 "결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대단히 위험한 세력이고 사람들"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위험한 사람에 의해서 정말 위험한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들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광장과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뒤덮고 있는 명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이번 저서에서 이 대표를 가리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또 '그가 나라를 망치는 걸 막아야 되겠다는 마음'만은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강성 보수 지지자들과 같은 뜻이라고 적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도 그는 "광장에 나온 인파를 불편해 하시는 시민들도 많이 계신다"면서도 "이런 에너지가 나오는 건 우리 모두가 (현 상황에) 위험을 느끼고 불안해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점점 말은 잔인해지고 있고, 쓸 수 있는 무기는 다 쓰는 상황까지 됐다"고 지적했다. 여야와 각 당의 지지자가
서로를 극단적으로 적대하는 시대를 끝내려면 개헌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인물만 바뀌는 '선수 교체'가 아닌, 체제 전환을 통한 '시대 교체'를 하자는 것이다. 40년 가까이 묵은 현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대한 헌법"인 반면, 과거 유신헌법의 가장 유해한 독소조항만 제거돼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한 전 대표는 "87헌법은 정치 주체가 어느 정도 절제하는,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선'은 지키는 절제의 정치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며 "이 대표 측에서 한 29번의 탄핵이나, 대통령이 한 비상계엄이나 모두 헌법에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면에서 개헌은 "단순히 과거의 극복이 아니라 미래의 초석"이라며 "단지 '대통령제를 중임제로 한다', 또는 '상·하 양원제로 한다' 등도 중요하지만
AI(인공지능) 시대, 앞으로 모두가 잘 사는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시대 준비를 위해 많은 부분을 고쳐 50년, 100년을 쓸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란 종식'을 앞세워 개헌 논의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이 대표를 겨눠
"'나까지만 충분히 뽑아먹고 다음부터 하자'는 마음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 전 대표는 "누군가는 희생하고 궂은 일을 해야 한다. 새 시대를 준비할 사람은 그런 정신을 다짐하고 국민들께 약속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북콘서트가 열린 5일, 행사장 입구에서 지지자들이 한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은지 기자
이날 북콘서트에는 김태호 의원을 비롯해 '친한(親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들(김소희·김상욱·박정하·배현진·우재준·정성국·진종오·한지아 등)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시작 1시간여 전부터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40~50명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이들은 '계엄 막은 한동훈, 국민이 먼저입니다', '한동훈 파이팅' 등이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한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오는 6일 서울 신촌에서 열리는 '2025 대학생 시국포럼: 제1차 백문백답 토론회'의 첫 강연자로 공개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