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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에서 정치인, 그리고 해운산업의 항해사로"

[노컷이 만난 사람]

한국해양진흥공사 안병길 사장 인터뷰: 대한민국 해운업의 나아갈 길을 묻다
'펜대에서 키를 잡다'…언론인 출신 안병길의 새로운 도전
3조 5천억 원 투입, 해운업 혁신을 위한 5대 핵심 사업
변화의 물결 속 중소·중견 선사의 생존 전략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한국 해운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 지속 가능한 해운업의 필수 과제

'언론인' 출신 안병길 사장: 연필을 들고 미래를 그리다

연필을 손에 쥐고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언론인 출신다운 논리적 전개와 설득력 있는 제스처로 해운산업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강민정 기자연필을 손에 쥐고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언론인 출신다운 논리적 전개와 설득력 있는 제스처로 해운산업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강민정 기자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테이블 한켠에 놓인 자동 연필깎이였다. 단순한 사무용품이 아니라, 그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설명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안병길 사장은 기자의 질문에 메모를 하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열정적인 설명을 이어가던 그는, 뭉뚝해진 연필을 자동 연필깎이에 넣어 날을 세운 뒤 다시 기자의 질문을 받아쳤다.

펜대를 잡았던 언론인 출신인 그는 특유의 논리적 전개로 이야기를 풀어갔고, 국회의원으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답을 이어갔다. 때때로 도형을 그려가며 개념을 정리하는 모습에서는 오랜 시간 언론과 정치를 경험한 내공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해운업은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는 테이블 위 종이에 선을 그리며 해진공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재도약: 해진공 5대 핵심 사업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건 다섯 가지입니다." 그의 목소리에 확신이 묻어났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3조 5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는 테이블 위의 자료를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중소·중견 선사들이 더 쉽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2조 1100억 원을 투입해 신조 및 친환경 선박 건조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자료를 넘기며 그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를 짚었다. "항만물류 인프라 금융도 핵심입니다. 7300억 원을 투자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내 주요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겠습니다."

그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다음 과제로 넘어갔다. "디지털 전환(DX)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운·물류 산업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 '해양DX전략실'을 신설했고, 인공지능(AI) 기반 공급망 플랫폼 구축에 130억 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해운업의 미래 비전과 핵심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해운업의 미래 비전과 핵심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그는 한숨 돌린 뒤 다시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친환경 대응입니다.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340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 선박 전환과 연료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우리는 해운업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고, 국제해운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운 운임 변동성을 줄이고, 친환경 연료 및 탄소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할 것입니다."

해운업계의 기둥, 중소·중견 선사 지원 강화

"중소 선사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는 선박 지원 구조를 도식화하며 말했다.

"대출 이자 지원, 친환경 선박 도입 지원, 해양환경 규제 대응 바우처 등을 통해 금융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실제로 해진공은 중소 선사를 위한 특별 금융 프로그램을 개편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상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견 선사를 위한 친환경 선박 전환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제해운거래소 설립과 해운 시장의 안정성

해진공이 추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국제해운거래소(가칭)' 설립이다.

"해운업은 변동성이 높은 산업입니다."

그는 차트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거래소가 설립되면 해운사가 운임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친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CI.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한국해양진흥공사 CI.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현재 해진공은 해운업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제도 검토, 파생상품 개발 및 시장성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실효성 있는 해운거래소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ESG 경영과 친환경 선박 도입 지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친환경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우리는 1조 원 규모의 '친환경 선박연료 인프라 펀드'를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선박 전환을 지원하고, ESG 경영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현재 해진공은 친환경 선박을 도입하는 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ESG 등급을 획득한 선사에 대한 추가 금융 혜택도 검토 중이다.

미래를 향한 항해: 해운업의 새로운 길을 열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책상 위의 자료를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세계 해운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진공은 해운업계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의 말 속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해진공의 지원 아래, 한국 해운업은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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