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선포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고 압수수색하는 등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국회 측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인용했다.
헌재는 5가지 탄핵소추 사유인 ①비상계엄 선포 정당성 ②계엄포고령 위헌성 ③국회장악·의원체포 시도 ④선관위 장악 시도 ⑤법조인 체포 시도를 모두 인정했다.
헌재는 '선관위 장악 시도'에 대해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장관에게 병력을 동원해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병력은 출입통제를 하면서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시스템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는 선관위에 대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해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진행된 변론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헌재는 의혹이 있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도 주장한다"며 "그러나 어떠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에 대해 대부분 조치했다고 발표했으며, 사전·우편 투표함 보관장소 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하고 개표과정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런 점을 볼 때 피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같은 의혹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하며, 병력을 동원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제도적·사법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밖에도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 △계엄포고령 위헌성 △국회장악·의원체포 시도 △법조인 체포 시도 등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인용하고, 이날 오전 11시 22분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