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소식 보고 참 안타까워서…불 끄는 분이랑 대피하신 분들이 가장 필요한 게 양말이라고 해서 양말을 기부했습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에 거주하는 홍경식(84) 어르신은 1년간 폐지를 주워 판 돈 100만 원으로 양말 1천 켤레를 구매해 산불 피해를 본 안동 지역에 지난 3월 31일 기부했다. 그는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소방대원과 자원봉사자에게 양말이 많이 필요하다'라는 뉴스를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오롯이 이웃을 돕기 위해서만 폐지를 줍는다"고 말한 그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지난 6년간 지속적으로 기부활동을 이어온 기부 천사다. 고령에도 고된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이웃을 돕는 그의 선행이 탄핵 정국과 산불 피해로 지친 지역 사회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하루 종일 폐지 모아도 '3천 원'…1년 꼬박 모아 전액 기부
홍경식 어르신은 처음 기부를 결심한 2020년부터 매일 폐지를 모으고 있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가져다주면 3천 원 정도를 받는다. 이렇게 폐지를 모아서 기부한 금액이 2020년부터 현재까지 900만 원에 달한다. 홍 어르신은 자신이 폐지를 모아 번 돈은 전액 기부하는 데만 쓴다고 말했다.
그는 "폐지 줍는 돈은 한 푼도 나를 위해 쓰지 않는다. 적은 금액이라도 그대로 1년을 꼬박 모아 기부한다. 그렇게 200만 원을 모아 전달한 적도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전주시 복지재단 박성아 모금팀장은 "어르신 본인도 넉넉지 않으심에도 폐지를 볼 때마다 모아놓으셨다가 1년에 한두 번 전액 기부를 하신다"며 "어르신이 매년 전달해 주신 금액이 생계와 주거가 곤란한 이웃들을 위해 잘 쓰였다"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일정 금액 이상 기부하신 분을 우리는 '희망 천사'라 한다. 홍경식 어르신은 우리의 희망 천사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3일 오후 홍경식(84) 어르신이 폐지를 줍고 있다. 김현주 크리에이터"내 인생 8할은 주변 도움으로…이제는 돌려주고파"
홍경식 어르신의 선행은 2020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에서 지급한 40만 원의 재난지원금과 공공근로를 통해 번 60만 원을 합쳐 100만 원을 전주시 복지재단에 기부한 일이 발단이 됐다. 올해까지 매년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을 가져다주는 동사무소와 명절마다 들러서 선물을 주는 복지회관 등 이웃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이렇게 도움만 받고 살 것이 아니라 나도 한번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31일 홍경식 어르신의 기부금 전달식 사진. 전주시복지재단 제공그는 자신의 삶이 많은 사람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직업도 기술도 없이 전주에 온 나를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다"며 "연탄 배달 등 이런저런 일을 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어려웠던 시절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던 만큼, 이제는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홍 어르신 "건강 허락하는 한 끝까지 기부"
홍 어르신의 이런 실천은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박성아 팀장은 "지금껏 어르신이 기부한 금액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을 돕는 사업에 많이 쓰였다. 특히 지난번 집중호우 참사와 이번 산불 화재 현장엔 어르신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졌다"고 전했다. 또한 "재단 이사장님이 홍경식 어르신 기부금 전달식에는 꼭 참여하신다. 홍경식 어르신의 100만 원이 다른 사람의 1억, 10억보다 귀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며 홍경식 어르신의 선행이 재단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언급했다.
홍 어르신이 박스 주워 리어카에 올리고 있다. 김현주 크리에이터홍 어르신은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기부를 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번 집중호우 때 사람들을 더 돕고 싶었는데, 비가 많이 와 폐지를 원하는 만큼 줍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한 그는 끝으로 "아직까진 건강하고 끄떡없다. 앞으로도 활발하게 기부 생활을 이어가겠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