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제는 저에게 내려진 국민의 뜻을 받들기로 했습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6·3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보수 지지율 1위'를 달려온 김 전 장관이 본격 등판하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판도 서서히 열기가 고조되는 모양새다.
당초 출마 여부도 불확실했던 김 전 장관은 '대선 승리'를 다짐하며 완주의지를 밝혔지만, '강성 반탄(탄핵반대)' 이미지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탄' 민심 힘입어 국힘 경선 참여 결심
김 전 장관은 장관직 사퇴 이튿날, 국민의힘 입당원서를 제출하면서 경선 참여를 공식화했다.
그는 쌍권(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번 입당이 선거를 위한 수단이 아님을 강조했다.
출마 결심이 '100% 자의'라기보다는, 지지자 등의 '추대'를 받아 이뤄진 것이란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인용하기 전까지는 출마 여부에 관해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조기대선 가능성을 가정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 파면을 전제한 것인 만큼 지지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은 삼간 것이다.
다만, 대통령 궐위가 확정되고 '탄핵 기각·각하'를 외쳤던 광장 민심이 자신을 향하자, 출마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선고 직후인 이달 5일 보수시민단체는 김 전 장관의 출마를 촉구하며 그의 자택 인근을 찾았고, 정갑윤·차명진·심규철 등 전직 국회의원 125명이 국민의힘 당사에서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당심 기반 확고한 지지세·'사법리스크 무(無)'는 강점
잠룡만 20명에 가까운 경선 구도에서,
당심(黨心)에 기반을 둔 지지세는 김 전 장관의 강점으로 꼽힌다.
1차 컷오프(예비경선)의 경우 민심만 100% 반영하는 안(案)도 거론되지만, 본 경선은 당헌·당규 상 일반국민 여론조사·당원 투표를 5 대 5로 유지할 거란 시각이 중론이다. '윤심(尹心)'과 궤를 같이 하는 김 전 장관이 컷오프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김 전 장관의 지지율이 27%로 가장 높았다. 차순위인 오세훈 서울시장(10%)을 2배 이상 앞서는 수치다.
선거 키워드가 '반(反) 이재명'인 국민의힘에서
'명태균 게이트' 등 사법리스크가 없는 주자란 점도 경쟁력이다. 김 전 장관 본인도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며 이 점을 적극 부각했다.
김 전 장관은 "12가지 죄목으로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이 아니겠나"라며 "돈 문제로 검찰에 불려갈 일이 없는 저 김문수만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선 국회의원 △2번의 경기도지사 △장관직 등을 역임했으나, 재산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24평 국민주택 아파트 한 채와 약간의 예금이 전부"라는 점도 강조했다.
'계엄' 위법여부도 즉답 피해…본선 경쟁력 물음표
그럼에도 김 전 장관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다. 이번 주 일제히 출마를 선언했거나, 예고한 안철수 의원·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오 시장 등 찬탄(탄핵 찬성)파에 비해 중도 소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양 진영이 똘똘 뭉칠 이번 대선의 변수는 결국 무당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한 '10%p의 싸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0년 사랑제일교회 전광훈씨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당 대표까지 지낸 이력 등은 외연 확장의 한계로 지적된다.
헌재의 1차적 판단이 이뤄졌고 중도층 과반이 비판적으로 보는 12·3 내란 사태에 관해, 반탄 노선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도 우려를 낳고 있다.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 전 장관은 관련 질의에 "비상계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은 아니고, 그 방식 등이 위헌이라는 판단이 헌재에서 난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위법' 여부조차도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기에, 단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국적을 두고 "중국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발언한
뉴라이트 사관도 구설수를 빚었다. 김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윤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밀었던 홍준표 대구시장마저 그를 '탈레반'에 빗댄 배경이다.
당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의 지지세는 사실상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투영된 것이다. 탄핵 정국에서 급부상한 것도 그 때문"이라며 "독자적 색깔을 지닌 '발광체' 같은 후보가 아니라면 본선에서는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