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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의 '수상한' 고용…페이퍼컴퍼니 논란

기업/산업

    한예종의 '수상한' 고용…페이퍼컴퍼니 논란

    식당노동자 고용주가 총무과장?…비영리 인가 받고 수익사업까지

     

    국립대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사실상의 용역업체로 활용하면서 부당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더구나 비영리법인으로 인가를 받고도 수익사업까지 하는 등 탈세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 총무과장이 대표인 상조회 소속 식당노동자

    현충일 전날인 지난 5일 한예종 교내에는 학교 측의 식당 노동자 고용 형태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들이 쓴 자보와 식당 노동자들이 쓴 자보 두 종류였다.

    그런데 한예종 총무과에서 자보 가운데 식당 노동자들이 쓴 자보를 수거해 갔고, 학내에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당시 식당 노동자들이 쓴 자보에는 '총장(고용주), 총무과장'이 '갑'으로 적혔고, 기계, 미화 등 용역업체들과 더불어 총무과장 직속으로 식당근로자와 기간제, 파트타임 직원들이 '을'로 적혀 있었다. 폭로성 글을 게제한 데 대해 학교 측이 황급히 제지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총무과 관계자는 "게시물 관리규정의 승인을 받지 않아 직원이나 단체 관련해 담당하는 총무과에서 철거했을 뿐"이라며 "추후 승인 절차를 밟아 게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학내외에서는 학교 측이 총무과장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간접고용을 하면서 식당 노동자 등을 상대로 이른바 '갑' 노릇을 하고 있다는 의혹과 비난이 몰아쳤다.

    실제 CBS 취재결과 한예종은 총무과장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해놓은 '한국예술종합학교직원상조회'라는 단체 차원에서 식당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예종은 지난 2000년부터 매번 총무과장이 바뀔 때마다 대표자 명의를 바꿔가면서 상조회를 운영했으며, 상조회 직원들은 총무과 직원들이 겸임하는 식이었다.

    2013년 현재 상조회 사업자등록 고유번호증의 대표자명에는 현직 총무과장이, 생년월일, 대표자 주소까지 개인 명의로 적혔다.

    아울러 상조회 소속 식당 노동자들은 총장 직속인 기성회 직원(영양사)의 업무지시를 받으면서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기성회에서 돈을 지원 받아 기성회 소속 무기계약직인 주방장 인건비를 상조회가 지급하거나 상조회 소속으로 직원을 뽑았다가 기성회 소속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기성회와 상조회는 유기적, 유동적으로 운영됐다.

    CBS가 입수한 '상조회 결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약 3,297만원, 2011년 약 5,622만원, 지난해 9,121만원 등이 기성회 지원금으로 상조회 수입 예산에 포함됐다.

    그러나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만 해도 식당 노동자 총 8명 가운데 4명의 일용직들이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4대보험 가운데 산재보험만 적용받으면서 오전 8시~오후 7시 반까지 장시간 근무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예종 식당 노동자들과 관련한 단체 교섭을 진행 중인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이민정 조직부장은 "기성회에서 직접 지급하면 될 것을 상조회에 줘서 주방장 인건비로 제공한 것"이라며 "총장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학교 측이 일종의 유령회사를 만들어서 채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엄연히 파견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만큼 학교 측이 직접고용으로 고용형태를 전환해야 한다"며 "기성회와 상조회가 구분 없이 운영되는 만큼 기성회 소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비영리법인으로 인가 받고 수익사업

    뿐만 아니라 CBS 취재 과정에서는 고용형태 뿐만 아닌 운영상 의문스러운 점도 나타났다.

    상조회 사업자등록시에는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비영리법인 및 국가기관 등'으로 인가를 받아 놓고서는 매점, 자판기 등 수익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7,1499만원, 2011년 7,366만원, 2012년 7,366만원 가량이 상조회 수익으로 각각 잡혔다.

    이와 같은 부당한 고용형태, 수익사업 행태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한예종 측은 '페이퍼컴퍼니'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상조회는 사업자등록을 한 '실체 있는 단체'라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상조회 예산만 갖고 운영이 안되고 기성회 지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운영논리상 페이퍼컴퍼니라고 하는 것 같은데 유령회사를 만들어 탈세나 절세를 한다는 것을 페이퍼컴퍼니라고 한다"고 반박했다.

    상조회의 성격에 대해서는 "엄밀히 따지면 친목단체이고 비영리 단체"라며 "구내식당을 총무과 직영으로 하거나 외부 용역업체에 맡길 수 있는데 통상적으로 유사기관에서 직접고용으로 하기에는 직원들의 업무부담 때문에 할 수 없어 상조회를 통해 감독을 맡기고 있다"고 답했다.

    수익사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며 어느 정도 허점을 인정하면서도 "식당 이용 대상은 주로 학생들인데 워낙 저렴하게 운영되다 보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학생 복지 재원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세법 전문가들은 비영리 법인이 수익사업을 했다면 불법이고, 탈세라는 입장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이든 단체든 비영리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 소득이 발생됐다면 해당 법인은 납세의 의무가 있다. 만약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세금 신고를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익사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탈세 혐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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