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대포통장을 만들어 대출 사기단과 불법도박 조직 등에 팔아넘긴 혐의로 2개 조직 21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김모(30)씨 등 4명을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 12일까지 60여 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계좌 600여 개를 개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대포통장을 만들기 위해 노숙인들을 이용했다.
김씨는 서울역이나 수원역 등지에서 노숙하던 이모(54) 씨 등 노숙인들에게 접근해 법인을 개설하는 일을 도와주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꼬드겨 이들을 합숙시키면서 법원 등기소와 세무서 등에서 이들 명의로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렇게 만든 대포통장을 개당 50만에서 100만원을 받고 대출 사기단이나 인터넷 불법 도박단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에게서 대포통장을 사들인 대출 사기단은 '저금리 대출 가능'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해 연락해온 사람들을 상대로 '대출 수수료 등이 필요하다'고 속여 모두 18명에게서 5천700여만 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김씨가 판 대포통장이 필리핀 등지에 서버를 둔 인터넷 불법 도박단에게도 흘러갔으며 이들이 사용한 계좌에서는 300억원대의 돈이 오간 사실이 확인돼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다량의 대포통장을 전문적으로 개설하거나 사들여 대출 사기단 등에 판매한 혐의로 공모(37)씨 등 3명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지난 4일까지 타인 명의로 세워진 유령법인의 위임자로 행세하는 등 방법으로 200여 개의 대포통장을 개설하거나 사들여 개당 50만원을 받고 대출 사기단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씨에게서 대포통장을 사들인 대출 사기단은 대출 신청자 76명에게서 수수료 등 명목으로 2억3천여만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공씨 일당에게 대포통장을 넘긴 것으로 확인된 김모(22)씨 등 14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특히,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시킨 조직들은 법인설립 때 자본금 제한 규정이 없어 쉽게 유령법인을 만들 수 있고, 법인은 은행 한 곳당 여러 개의 계좌를 한꺼번에 개설할 수 있는 허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벌인 설립시 최저 자본금 5천만원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폐지되고 단 100원만으로도 법인설립이 가능하다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했다"며 "법인 설립과 관련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