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티브로드 홀딩스의 협력업체에서 설치기사로 일해 온 김 모(45)씨는 아침 8시에 센터에 출근해 30분 동안 영업 교육을 받는다.
보통 영업과 설치 업무는 분리돼야 하지만 티브로드 협력업체들의 직원들은 TSC(Total Service Consultant)라고 해서 영업과 설치를 모두 할 줄 아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교육이 끝나면 김 씨는 현장에 나가 케이블 설치 업무를 보는 동시에 영업도 뛰어야 한다.
저녁 7시면 센터로 복귀해야 하지만 인터넷이든 TV든 실적이 없는 날에는 센터에 들어가는 발걸음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만큼 무겁다.
실적이 없는 날에는 센터장과 면담을 해야 하고 반성문을 작성해야 한다. 반성문에는 “영업을 못해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담는다. 반성문을 쓰지 않을 경우에는 퇴근시간을 넘긴 늦은 밤에 ‘가입 전단지’를 돌리러 나가기도 한다.
하루 목표치를 못 채울 경우 센터장은 직원들에게 가입을 종용하기도 한다.
혼자 사는 김 씨가 가입된 상품만 20여개. 한 달 일해서 받는 급여는 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인데 케이블, 인터넷, 디지털방송 사용료로 나가는 비용만 16만 원 정도다.
6개월 지나면 해지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말뿐이다. 해지하면 해지 위약금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가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 센터장은 ‘바지 사장’...티브로드에서 영업 지침내려와 영업 압박을 가하는 팀장이나 센터장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티브로드 홀딩스가 협력업체인 각 센터의 영업 실적과 인사 관리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2일부터는 팀별로 방송, 인터넷 목표를 100% 달성하도록 합시다”
지난해 2월 티브로드에서 각 센터의 팀장들에게 보낸 메일의 일부다. 여기에는 각 센터지점의 팀장들에게 주 별, 월 별 목표를 책정해 지시하고 있다. 또 목표 달성 시 매출의 10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민주당 을(乙)지로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티브로드 본사에서 센터장에 보낸 ‘영업력 강화를 위한 부진 TSC 퇴출제도 시행안내’라는 제목의 메일에는 영업 실적이 없는 직원에 대해서 경고를 내리도록 하고 리스트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또 ‘보상체계개선안’에서는 센터당 3000만원의 비용을 책정하고 센터장과 팀장, 협력업체 직원들의 임금을 직접 책정하기도 하는데 퇴출제도에 협조하지 않는 센터에 대해서는 운영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경고도 함께 달아 놨다.
◈사용자 책임 회피하기 위해 '위장도급'티브로드는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로 22개의 고객센터와 케이블 설치·철거 및 AS업무를 하는 25개 기술센터와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센터를 협력업체라고 한다.
적법한 도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원청 업체는 협력업체의 인사나 급여 등 경영에 관여를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