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신임 비서실장 이 5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해 황우여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우 정무수석,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홍견식 민정수석. (황진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6개월 만에 드디어 실세 '왕실장' 이 등장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5일 김기춘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실장님은 3부를 다 거쳤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당.정.청을 두루 하신 어른"이라고 극찬했다. 신임 비서실장의 무게감을 이보다 더 쉽게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임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전격 경질하고 '왕실장' 김기춘 비서실장을 임명한 이유는 뭘까? 또 황교안 법무부 장관(사법연수원 13기)과 채동욱 검찰총장(사법연수원 14기)보다 한참 윗기수인 홍경식 민정수석(연수원 8기)을 발탁한 배경은 뭘까?
검찰 안팎에서는 인사가 발표되자마자 "시어머니가 너무 많아 (검찰의) 처지가 아주 어렵게 됐다"라는 말이 나왔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무려 21년 전에 법무장관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대폭 개편한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꼬일대로 꼬인 정국 상황이 어디서부터 도래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답답한 정국 상황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특별 수사팀'을 만들어 국정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혐의를 인정함으로 국정원 개혁으로 이어졌으면 좋았겠지만, 국정원이 개혁을 거부하고 새누리당도 국정원을 일방적으로 역성들면서 외관상 정국은 새누리당 페이스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 정국은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뒤 다양한 '개혁조치'를 통해 정국을 주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야간 정쟁이 격화되면서 박 대통령의 통치력이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정국 상황을 다잡기 위해서는 입법부와 행정부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노련한 '실세 비서실장'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을 '장악'은 아니더라도 일정부분 '통제'할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측면에서 1988년에 검찰총장, 1991년에 법무장관을 역임한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의 임명은 매우 상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홍경식 신임 민정수석도 채동욱 검찰총장보다 무려 6년이나 윗기수이다.
김기춘 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은 매우 원칙적이고 깐깐한 스타일이라는 한결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청와대가 꼼꼼히 챙겨 검찰을 상당부분 통제아래 두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