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원산관광특구 지정과 함께최근 선보인 원산새날호텔 전경(사진=평화자동차)
개성공단 사태해결을 위한 남북 7차 실무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14일 열리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북한의 '전향적 입장 변화'가 있었다.
"공단에 군대가 주둔할 것"이라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던 북한이 상당 부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었다.
지난달 27일 정전기념일(북한식 전승일) 행사에 참석하는 등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둘러보고 온 박상권 평화자동차사장은, 이 대목에서 경제 발전에 대한 김정은 제1비서의 '의지'를 짚었다.
김 제1비서가 북한 곳곳에서 관광특구 개발과 공업지구 조성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개성공단은 이들 노력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원산군인호텔. 일반 관광객들을 유치할 예정이다(사진=평화자동차)
일단 김 제1비서는 무려 6개의 관광특구를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실제 정비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박 회장이 10박 11일 동안 북한에 머물며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백두산과 칠보산, 원산, 금강산, 개성 지역과 또 다른 한 지역까지 관광특구화하려는 구상이다.
특히 원산의 경우, 인근 군사기지인 갈마 비행장을 민간용 원산 비행장으로 바꾸고 외국인 관광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함께 백사장이 10리에 이른다는 명사십리를 개발하기 위해 숙박시설을 추가로 짓고 컨벤션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여기서 차량으로 1시간 40분간 이동하면, 북한이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한 마식령 스키장이 나온다. 이 지역까지를 원산 관광특구로 묶으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수만 명의 군인들이 6개 슬로프 공사 등에 투입돼 있는데, 중요한 시설 중 하나인 리프트가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마식령 스키장에는 당초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 유럽 업체의 리프트를 들여올 계획이었으나 유엔 안보리 제재 등으로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백두산 근처 스키장의 리프트를 뜯어 와서라도 완공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원산 명사십리 전경(사진=평화자동차)
박 회장은 9일 "백두산 삼지연 스키장에 리프트가 있는데, 그게 거의 안 써서 새거라면서 그걸 뜯어서 짓는다고 하더라"며 북측 인사의 말을 전했다.
삼지연 스키장은 북한 동계체전이 열리고 스키선수들이 연습하는 스키장으로 알려져 있다.
원산 비행장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군사기지였던 어랑 비행장도 민간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어랑 비행장에 내리면, 금강산만큼 아름답다는 칠보산이 가깝다.
원산 마식령 스키장 조감도. (사진=평화자동차)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원산, 어랑 비행장을 민간화하고 백두산 삼지연 근처 비행장을 연다는 것은 칠보산 인근과 백두산, 원산까지를 북한 최초의 관광특구로 만들어 경제발전을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또 김일성 주석의 생전 지시에 따라 평양과 가까운 남포를 부품 관련 제조업 공단으로 꾸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김 제1비서는 평양에 문을 연 주민편의시설 '해당화관'의 내부 장식과 서비스 방법도 일일이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이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에는 "원수님(김 제1비서)이 식탁의 모양과 방안 장식을 지시했다"고 말하는 직원이 나온다.
원산 마식령스키장 슬로프. (사진=평화자동차)
경제개발을 위한 이같은 여러 시도로 볼 때, 북한에게 개성공단 재개의 의미가 단순히 개성공단 자체에 국한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RELNEWS:right}
특히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고 한다.
김 부장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에 대해서도 "개성공단도 따지고 보면 DMZ 안에 있다 개성공단이 잘 돼야 공원만드는 것도 되든지 말든지 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의 '첫 관문'으로써 개성공단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