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모리타니와 중남미 아이티가 현재 세계에서 노예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꼽혔다. 국내에서도 1만여명이 노예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호주 인권단체인 워크프리재단(WFF)은 세계 162개국을 대상으로 현대판 노예제 관행을 조사한 첫 보고서인 '2013년 세계 노예 지수'를 17일 인터넷으로 발표했다.
WFF는 호주의 광업 부호 앤드루 포레스트가 작년 만든 단체로 이번 노예 지수 보고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의 호평을 받았다.
◈ 세속형 '노비', 아동 종살이 등 활개 보고서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서쪽의 소국 모리타니는 인구당 노예 비율과 아동결혼·인신매매 수준을 합산한 '노예문제' 평균 측정치가 100점 만점 중 97.9점에 달해 조사 대상국 중 수치가 가장 높았다.
이 조사에서 노예는 전통적인 신분제 노예 외에 감금·강제 노동, 채무 변제를 빌미로 시키는 노역, 아동노동, 소년병, 인신매매 등의 억압 상태도 포함한다.
모리타니는 국민 380만명 중 약 4%(15만1천명)가 노예 상태로 일부 인권 단체에서는 이 나라 노예 비율이 최대 20%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주로 모리타니의 노예제는 조선시대 노비처럼 대물림되는 형태로 존재하며 노예가 불법이지만 국토 4분의 3이 사막이라 당국의 단속이 유명무실하다.
중남미 최빈국 아이티는 아동 노예인 '레스타베크'(restavek)로 악명이 높다. '함께 지낸다'는 프랑스어에서 파생된 단어인 레스타베크는 가난한 농촌 어린이가 다른 가정에서 종살이를 하는 제도다. WFF는 노예 상태인 아이티인이 인구 1천만여명 중 약 2%(20만9천여명)이고 노예문제 측정치는 52.26점으로 세계 2위였다고 밝혔다.
파키스탄도 아동 강제노동과 채무로 인한 노역 등으로 자유를 잃은 사람이 210만여명(인구 1억7천900만명 중 1.1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12억명의 대국 인도는 성(性) 인신매매, 강제결혼, 아동납치 등 노예 관행으로 1천390만여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인도 내 노예는 전 세계 노예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동유럽 내륙국인 몰도바는 독일과 미국 등지의 성(性) 산업과 건설현장에 사실상 노예 신분인 인력을 대거 '수출'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네팔도 다른 나라로 이주한 근로자들의 인권유린·착취 문제가 극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프리카의 베냉, 코트디부아르, 감비아, 가봉도 노예문제 측정치가 최상위인 10대 국가에 포함됐다. WFF는 전 세계의 노예 수를 약 2천980만명으로 추산했다.
◈ 한국, 네팔 노동자 억압…어선 강제노동에도 연루 한국의 노예문제 측정치는 2.32점으로 162개국 중 하위권인 137위였지만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노예 상태로 분류된 인원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5천만명 가운데 1만451명으로 집계됐다. 북한은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WFF 보고서는 한국의 노예 실태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네팔 노예 문제를 다룬 장(章)에서 한국, 이스라엘, 레바논 등지에서 네팔 출신 근로자들이 고용주에 여권을 빼앗기는 등의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뉴질랜드에서 어업 강제노동 문제가 지적된 어선 대다수가 한국 국적 배였다"며 "피해 선원은 인도네시아 국적이 대다수였고 중국, 미얀마, 필리핀 출신이 일부 끼어 있었다"고 전했다.
전국에 5만9천여명의 노예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미국은 노예문제 측정치가 2.77점으로 134위였다. 중국은 294만9천여명이 착취·억압 상태로 측정치는 8.59점(84위)이다.
노예문제 최하위권에는 주로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벨기에 등 유럽권 선진국이 이름을 올렸다.
WFF는 노예문제 측정치가 1.0점으로 가장 낮았던 아이슬란드에서도 100명 미만의 노예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수석 연구원인 케빈 베일스(영국 헐대학교 교수)는 "영국이나 핀란드 같은 선진국의 노예도 해당 국가가 생각했던 것보다 6∼10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