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이어 미국의 10월 고용동향도 예측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자 연준이 올해 마지막 남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3분기 성장률과 10월 고용동향만으로는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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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고용지표의 호조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와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고 전했다.
내년으로 미뤄지는 듯했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연준의 10월 FOMC 회의 이후부터다. 연준은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에도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0월 FOMC 회의 후 발표된 미국의 3분기 성장률과 10월 고용동향은 경제가 연준의 진단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2.8%로 시장의 예측치 평균 2.0%와 지난 2분기의 2.5%를 뛰어넘었다. 미국의 10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20만4천명으로 시장의 예측치 12만5천명을 크게 웃돌았다.
셧다운으로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증시도 양적완화 축소 우려 속에서 미국의 고용동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용동향이 발표된 지난 8일 뉴욕증시는 다우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씨티그룹의 네이던 시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활력과 힘이 나타났고 이런 추세는 내년에 더 명료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는 "3분기 성장률 등이 호조를 보여 연준이 12월부터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정보 제공업체인 브리핑닷컴의 패트릭 오헤어 사장은 "10월 고용동향이 고무적이어서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 여부에 대해 12월 FOMC 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양적완화 축소를 견딜 수 있는 만큼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해 연내 양적완화 축소가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WSJ는 10월 고용동향이 호조를 보였지만 소비자 지출이나 기업 투자 등의 지표는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투자회사인 컨버젝스그룹의 닉 콜라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10월 고용동향이 표면적으로 양호한 것 같지만 수치가 수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파트타임 일자리도 많이 늘었다"면서 "10월 고용동향의 질에 대한 회의론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월 고용동향에 왜곡이 있을 수 있다"면서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기에는 아직도 정보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저임금 직종의 일자리가 주로 늘었고 아직 노동시장 참여율이 상당히 낮다"면서 "미국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지명자가 오는 14일 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시장은 그의 발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