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및 비자금 의혹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면서 자칫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이모 전 지점장 등은 2010년 초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근무하면서 약 1700억원을 부당대출해준 대가로 수수료를 챙겼고 이 가운데 20억원 이상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국내 송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계기로 4대 금융지주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이며 고강도 군기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권은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비리가 있다면 응당 조사해서 처벌하는 게 맞지만 이번 건은 금감원이 필요 이상으로 부풀린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사건은 당사자인 국민은행이 지난 9월 검찰에 이 전 지점장을 고소하면서 이미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7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쿄지점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비자금의 액수가 ‘무려’ 20억원 이상이라는 것 정도다. 그리 호들갑 떨 일은 아닌 셈이다.
이번 건이 특별히 주목 받는 이유는 불법 조성된 비자금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어윤대 전 금융지주 회장 등에게 전달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당연히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이에 대한 금융권의 반응 역시 냉소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의 상식으로 해외에서 비자금을 만들어 윗사람에게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당시 국민은행에선) 그리 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어 전 회장의 경우 부동산 문제로 한국은행 총재 경합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재산이 많고, 민병덕 전 행장도 20억원 정도에 흔들렸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비자금 목적이라면 차라리 국내에서 하지, 해외에서 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큰 바보같은 짓”이라며 단순한 개인 비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