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일부를 열람하고 공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애초 대화록 내용을 '공유'했다던 새누리당 김무성, 정문헌 의원이 말을 바꾸면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입을 맞췄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해 서면조사로 대체하려고 하는 등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 사이 이들이 수사에 대비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해 김 의원은 지난 6월 보도자료를 통해 "대선 당시 정문헌 의원이 정상회담 대화록에 관한 문제를 제기해 정 의원에게서 구두로 설명을 들었고,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민주평통 행사 등에서 NLL 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종합해서 만든 문건을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에는 분명히 대화록 출처로 정 의원을 꼽았었다.
정 의원은 지난 2009년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화록 전문을 봤다며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에 불을 지핀 장본인이다.
정 의원 역시 비슷한 시기에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10월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된 직후 전화를 걸어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아는 대로 다 구두보고를 드렸다"며 "김 본부장은 부산 유세 전에 그 발언(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관련 발언)을 유세에 써도 법적 문제가 없느냐고 확인을 요청해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런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불법 공개된 대화록의 출처는 정 의원이 된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앞두고 이들의 발언은 묘하게 비틀어졌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검찰 조사를 받기 전 "하루에 수십건 정도 보고서와 정보지가 난무했는데 '찌라시'(증권가정보지) 형태로 대화록 문건이 들어왔다"며 "그 내용이 정문헌 의원이 얘기한 것과 각종 언론 및 블로그 등에 나와 있는 발표 등과 내용이 같았기 때문에 대화록 일부라 판단하고 연설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얘기를 했다고는 했지만 직접 보고를 받았다기보다는 정 의원이 공개한 내용을 참고했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오히려 중요한 출처가 정 의원에서 '찌라시'로 바뀌었다.
김 의원에게 직접 보고했다던 정 의원의 말도 달라지긴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검찰에 출석한 정 의원은 '김무성 의원에게 내용을 확인해준 것이 맞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국정감사에서 문제제기를 한 부분이 언론에 나왔고, 그 부분이 맞냐고 (김 의원이) 확인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맞다'고만 말한 것 뿐"이라며 김 의원에게 회의록 내용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이런 입장 변화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대화록을 '공유'했다는 종전 발언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정 의원이 김 의원에게 국가 기밀인 회의록 내용을 얘기했다면 이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과 형법상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여론에 밀려 뒤늦게 불러 조사하면서 이미 중요한 진술을 확보할 기회를 놓친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말을 바꾸면서 수사도 쉽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