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이후 미국이 지속한 대(對)테러 정책은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세력이 확산하는 가운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미국 양적완화 정책에 돈 잔치를 한 브라질·인도·터키 경제는 미 경기가 상승하면서 거꾸로 침체의 늪으로 추락한다.
지난해 첫 단추를 끼운 이란 핵협상은 이스라엘 등의 반대에도 올해 구체적 결실을 보게 된다.
남수단, 소말리아, 콩고 등 아프리카 곳곳은 미국의 방관 속에 유혈사태가 급증한다.
올해 소치 동계 올림픽을 여는 러시아는 작년 말 볼고그라드 폭탄 공격에 이은 추가 테러가 발생하면서 잔치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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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최근 이런 내용의 '2014년 10대 외교 뉴스'를 선정해 발표했다. 다음은 항목별로 요약한 내용이다.
▲포스트(post) 9·11 외교정책 근간의 붕괴
올해 말 미군이 모두 철수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미국 참전 전의 혼란 상태로 돌아간다. 9·11 이후 미국의 주적이었던 탈레반과 알카에다는 세력이 더 커지고 세계 각국의 극단주의 세력을 모으는 구심점이 됐다.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 이라크는 국내 테러 공격이 더 늘고 있다. 미국의 핵심 중동 우방이던 이집트, 이스라엘, 걸프 산유국과의 관계도 매우 위태롭다.
▲미 경제 회복은 '양날의 검'
미국은 올해 성장률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 경제를 압도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 경제 호전으로 양적완화 축소가 가속하면 양적완화 때 혜택을 누린 브라질, 인도, 터키 등 신흥경제는 거꾸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도 고질적 문제였던 자산 거품을 해결하고 계속 고성장을 할 수 있는지가 올해 큰 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협상 성공할 듯
올해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는 이란과 핵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협상 성사가 각국에 고루 이득인 만큼 당사자들의 대화 열의가 크다. 특히 이란에 이번 협상은 관련 비용은 적지만 경제제재 완화 등 보상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의 앙숙인 이스라엘과 걸프 산유국들은 핵협상 성공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현재 협상 타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스노든 파문·사이버 공격 계속
작년 6월 에드워드 스노든이 불을 댕긴 '영미 감시망' 논란은 올해 더 크게 번진다. 미국의 정보 당국자들은 자국이 국제 통신망을 해킹한 전모가 드러나는 것을 시간문제로 본다. 스노든이 빼돌린 미 정보 당국의 기밀을 토대로 앞으로 몇 주 내에 새로운 특종이 나올 것이다.
해킹 등 사이버 공격도 계속 늘어난다. 이는 스노든이나 '위키리크스'의 항거를 계승한 정치적 행동일 수 있고 단순히 파괴를 노리는 범죄일 수도 있다. 정보 보안, 사생활 보호, 정부의 역할 등에 관한 논의는 더 활발해 질 것이다.
▲시리아와 이·팔 평화협상 헛돈다
시리아 평화협정은 정부군과 중도 성향 반군 사이에 합의안이 나오더라도 좌초할 위험성이 크다. 내전을 자양분 삼아 번성해온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이 어깃장을 놓을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협정도 올해 전망이 밝지 않다. 특히 팔레스타인 측은 하마스가 이끄는 가자 지역 파벌과 현지 자치정부 사이의 알력이 커 합의안이 나와도 이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치 올림픽/브라질 월드컵 '오히려 악재(?)'
올해 러시아와 브라질은 올림픽과 월드컵의 개최 결정을 후회하게 될 것 같다. 러시아는 작년 말 볼고그라드에서 이틀 동안 벌어진 자폭 공격에 이어 새로운 테러가 잇따르면서 소치 동계 올림픽의 관객이 급감할 수 있다.
브라질도 월드컵 비용이 초과하고 행사 내내 범죄와 교통난이 겹쳐 국제적 망신을 당할 위험성이 있다. 최근 전력 상황을 볼 때 브라질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우승을 못할 가능성이 큰 것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아프리카, 유혈 소용돌이에
남수단, 소말리아, 콩고, 말리,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곳곳에서는 올해 최악의 내전과 테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방이 간혹 개입하겠지만 오히려 미국 같은 국가는 사태 관망을 택할 공산이 크다.
애초 아프리카 현안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던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실제 아프리카는 어떡하든 감춰야 할 치부가 될 것이다.
▲'단기 결과 위주' 중동 전략은 실패
단기적 결과만 중시하는 미국의 중동 외교 정책은 큰 문제로 부상할 것이다. 시리아 화학무기 협정, 이란 핵협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등은 일부 성과에도 실제 미국이 장기적인 전략이 없다는 반증이 됐다.
예컨대 시리아 협상은 화학무기 학살을 둘러싼 긴장은 일단 해결했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폭정과 주변국 위협 문제는 속수무책으로 놔둬 좋은 선례가 되지 못했다. 미국과 비슷한 시각의 정권과 전략적 협력을 꾀하는 계획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현재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 정치에서 승자는…
올해 미국 정치에서 승자는 기존 상황을 유지하는 힘인 '타성'(inertia)이다. 중간선거로 언론이 떠들썩하겠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여전히 우위를 잡을 것이다. 백악관과 의회가 정국 경색 비난을 주고받는 사이 개혁은 좌절되고 각종 불찰은 유야무야로 넘어갈 것이다. 유권자들은 벌써 2016년 차기 대선 전망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