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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의 그늘에 길들여진 모성애

[북]'모성애의 발명'···엄마와 아이, 그 관계의 역사

모성애의 발명/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알마

 

"우리가 본능이라고 알고 있는 모성애는 사실 발명된 것이다."

이 당돌한 주장을 펴는 주인공은 스테디셀러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의 공동저자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회학자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이다.

그는 2006년 독일에서 첫 출간된 저서 '모성애의 발명'을 통해 현대인들이 당연시 여기는 모성애의 역사를 되짚고 분석함으로써 '모성애는 신화'라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당시 독일에서는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저출산 문제에 관한 논쟁이 뜨거워지던 때였다. 언론은 경기 침체, 복지 부담 등을 우려하며 이 문제를 나라의 흥망이 걸린 이슈로 부각시켰다.

게른스하임은 책 모성애의 발명을 통해 "출생률 감소는 21세기에 새삼스레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근대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오랜 역사를 지닌 사건"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이 책에 따르면 근대 산업 사회 이전에는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소규모 가내 수공업이나 농사 등이 주를 이루던 이때에는 아이가 많을수록 노동력도 충분해져 가족경제를 꾸려가는 것이 수월했던 까닭이다. 이 점에서 여성의 삶이 가정에 얽매이게 된 것은 산업 사회로 들어서면서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이다.

근대 이후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가치가 부각되면서, 남성의 사회적 지위는 크게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여성의 삶은 오히려 가정의 틀 안에 머물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장의 생존경쟁에 내몰린 남성에게는 안식을 제공해 줄 가정이 필요했다. 온순하고 겸손하며 감성적인 아내, 아이에게 윤리와 도덕을 가르치는 어머니가 꾸려가는 가정 말이다. 모성애는 그렇게 탄생했다.

'어머니 노릇은 남성과 여성의 삶의 가능성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고착시킨다. 남성에게는 시장이 요구하는 독립성이, 여성에게는 육아가 요구하는 자아 포기가 삶의 가능성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고통에 가득 찬 어머니를 내세우는 고통의 숭배는 실제로 근거가 있다. 모든 관심이 아이에게 기운다면 여성에게는 자신의 것이 남아 있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83쪽)'

저출산, 고령화가 국가의 경제 동력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부양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논리가 진리가 돼 버린 2014년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임신·출산기간 일터에서 생산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눈칫밥을 먹는 탓에 아이를 가져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는데도 "편하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사는 여성들이다.

문제는 개개인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규정하는 사회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일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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