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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닦아도 닦아도"…추위속 기름과 '사투'

    • 2014-02-04 17:51

    칼바람 맞으며 갯돌 닦기 안간힘

     

    "약이라도 있으믄 잘 닦인디 약도 없이 천으로만 닦아야 한께 잘 안 닦인당께."

    4일 오후 기름 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전남 여수시 신덕동 신덕마을에서 만난 박금자(75) 할머니는 기름으로 검게 변한 돌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인 31일 역한 기름 냄새를 맡으며 마스크도 없이 기름 제거에 나선 박 할머니는 닷새째 매일 오전 8시에 바다에 나와 기름을 닦고 있다.

    해경이 지급한 마스크와 방제복을 입고 작은 돌멩이까지 하나하나 닦고 있지만, 이날은 날씨까지 추워지면서 기름이 돌에 착 달라붙어 더 힘들다.

    다급한 마음에 우선 눈에 띄는 큰 돌부터 닦아 보지만, 손으로 땅을 파보니 기름으로 범벅된 흙이 악취를 풍기며 드러났다.

    1995년 시프린스호 사고 때도 똑같은 피해를 본 박 할머니는 "그때 큰 사고 이후에 조금 조용한가 싶었더니 또 이 난리를 겪게 됐다"며 "손도 춥고, 냄새도 나지만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매일 바다에 나온다"고 말했다.

    신덕마을에는 매일 해경과 여수시청 공무원, 의용소방대, 마을 주민 등 500여 명이 나와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여수시와 여수해경, GS 칼텍스는 이들에게 방제복과 간식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찬 바닷바람 맞으며 한데서 일하기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사고 발생 닷새가 지나서야 이동식 화장실과 휴식 천막이 설치됐고 추위를 녹일 컵라면과 커피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한 주민은 "기름의 80%가 제거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갯벌이나 바다 밑의 오염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중장비를 동원해서라도 갯벌 아래까지 스며든 기름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수해경은 이날 경비함정과 관공선, 민간선박 등 총 200여척을 투입해 해상 방제활동을 벌였으며 해안가에는 해경 기동방제단, 지자체 직원, 주민 등 3천여명이 투입돼 방제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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