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이달 20∼25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산가족들은 반색하면서도 "끝까지 가봐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의 일방적 연기 선언으로 무산되고 올해도 상봉이 금방 성사될듯하다가 늦춰지는 일이 몇차례 반복되면서 이산가족들은 담담하고 조심스럽게 가족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상봉에서 북한에 있는 동생 두 명을 만날 예정인 문정아(87·경기도 파주시) 할머니는 상봉 합의 소식에 반가워하면서도 "끝까지 봐야한다"라며 "아주 포기하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어야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할머니는 "작년 가을에도 북한이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깨지 않았느냐"며 "정말로 가족들을 만나봐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할머니는 "동생들에게 줄 선물도 다 사놨고 갈 준비는 됐는데 다리가 아파 걱정"이라며 우려 속에서도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딸과 동생 두 명을 만나기로 돼 있는 박운형(93·경북 경산시) 할아버지도 "그날 가봐야 정말 상봉을 하는 건지 알 것 같다"라며 "이번 달에 한미합동훈련도 있다고 하니 북한이 이를 구실로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라고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박 할아버지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 가족들"이라며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에 얼굴조차 보지 못한 헤어진 아들을 만나게 되는 강능환(93·서울 송파구) 할아버지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부인의 장례식장에서 이번 상봉 합의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강 할아버지는 "지금 집사람이 세상을 떠 장례식장에 있다"라며 힘든 상황이지만 "자식이 있으니 (상봉하러) 가기는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상봉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실무를 담당하는 대한적십자사는 당초 선정된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96명을 대상으로 건강상태와 상봉의사를 재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등 상봉 합의에 따른 후속작업을 곧바로 시작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하지만 상봉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