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리스크 없는 것만'…도전하지 않는 국산 무기개발 사업

국방/외교

    '리스크 없는 것만'…도전하지 않는 국산 무기개발 사업

    창조경제 핵심가치 '리스크 감수'도 무기개발에는 예외

    김관진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4 업무보고' 현장.

    토론에 참석한 국책연구기관 소속 한 연구원이 국산 무기개발과 관련한 우리 군의 '리스크 회피' 문제를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국산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은 리스크(위험부담)를 짊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결국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취지의 문제제기를 했다.

    이같은 지적에 김관진 국방장관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 리스크 회피에만 급급한 KF-X 사업

    그런데 현실을 들여다보면 김 장관의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군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향후 20여년 뒤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될 한국형 차기전투기(KF-X)를 개발하는 '보라매 사업'이다.

    KF-X를 직접 운용할 공군은 현재 주력 전투기인 KF-16을 뛰어넘어 5세대 전투기에 가까운 준-하이(High)급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하이급 전투기인 F-35를 대거 도입하고 중국은 자체 개발한 스텔스기인 J-20의 전력화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KF-16급을 개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공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의 입장은 다르다. 방사청은 현재 한국항공우주(KAI)가 개발한 국산 경공격기인 FA-50을 기반으로 성능과 전력을 보강한 단발엔진의 KF-16급의 기종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자인 방사청이 수요자인 공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방사청이 쌍발형 엔진의 준-하이급 전투기 개발을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리스크' 때문이다.

    FA-50. 자료사진

     

    FA-50을 기반으로 차기전투기를 개발하면 비용도 적게들고 실패가능성도 낮지만 준-하이급의 전투기를 개발할 경우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고 실패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방사청이 시도도 해보기 전에 리스크 회피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군 관계자는 "앞으로 몇 십년뒤 우리 공군력을 결정짓는 사업인데 경제성만 따져서는 안된다"면서 "방사청이 너무 행정편의적으로 보라매 사업을 진행하려 하다"고 지적했다.

    ◈ 기술개발 오류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도 문제

    비단 특정 국산 무기개발 사업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방사청은 방산기업들이 국산 무기 공급과정에서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일종의 벌금인 '지체상금'을 부과하고 있다.

    2013년 말 현재 KAI에 133억, (주)한화에 67억, S&T모티브에 66억원 등 그 액수가 만만치 않아 방산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력공백 등을 감안하면 지체상금 부과는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이것이 기술 개발 의욕까지 꺾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고 이를 바로잡다 보면 납품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없이 지체상금을 부과하면 기술 개발보다는 납기일에 맞춰 지체상금을 피하는데만 신경쓰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약만 맺으면 시간에 딱 맞춰 새로운 무기가 나오는 것 같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 군은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업체에만 실패의 책임을 지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 창조경제 핵심은 '리스크 감수'…무기개발은 예외?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국방과학기술조사서에 따르면 우리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전세계 10위권으로 선진권에 속한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34억달러 어치의 국산 무기를 수출하는 등 1970년대 초 무기 국산화에 나선지 40여년만에 큰 결실을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라매 사업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대규모 투자와 오랜 기술개발이 필요한 첨단 무기 분야에 들어가면 그 성적은 초라하다.

    앞서 한 연구원의 지적대로 군 안팎에서는 그 원인을 리스크 회피에서 찾고 있다. 군 관계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실패도 감수해야 하지만 우리 군은 무기 개발에 있어 너무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창조경제의 핵심가치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것이지만 유독 국산 무기개발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현재 가능한 것만 하겠다고 하면 앞으로 핵심 무기 국산화는 더욱 어려워 진다"면서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현정부의 창조경제 아니냐"고 꼬집었다. {RELNEWS:right}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