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공화국과의 합병 조약에 전격 서명하면서 또 다시 서방의 허를 찔렀다.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크림 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전격 서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 주요 인사 등 모두 32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직후였다.
푸틴 대통령은 합병조약 서명에 앞서 이날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강한 어조로 “크림 반도는 언제나 러시아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였다”며 “크림은 러시아의 구성원이 될 것이며 강력하고 안정적인 자주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림 주민투표 결과를 서방과의 협상 카드로 사용해 실제 합병까지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합병 조약을 체결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푸틴은 지난 4일 기자회견 때만해도 “크림반도 합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남아 있는 절차는 합병 조약에 대한 러시아 헌법재판소의 승인과 상하원의 비준이다.
현 상황에서 비준안이 위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없으며, 그동안 크림 합병을 적극 지지해온 의회의 비준 절차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은 19일, 상원은 21일 합병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조약 비준 절차가 이번 주말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합병조약에 전격 서명한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여 협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크림반도는 되찾되, 우크라이나의 동부 지역은 현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우크라이나 및 서방과 타협하려는 푸틴의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의회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분리를 원치않는다”며 “크림 이외의 지역에 대한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로 크림을 양도한 것은 니키타 흐루시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개인적인 판단”이라며 “이는 당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크림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속에 러시아와 불가분의 관계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크림반도는 오랜 기간 러시아 영토였다. 크림반도는 지난 1954년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합병 300주년 기념으로 우크라이나에 양도했다. 이제 러시아의 크림공화국 합병은 기정사실화돼가는 분위기다.
경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결국 갈 길을 가자 미국과 유럽은 제재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조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이날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만난 뒤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더욱 강한 제재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