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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얻은 게 없다?'…'뭇매' 맞는 의사협회



보건/의료

    '결국 얻은 게 없다?'…'뭇매' 맞는 의사협회

    합의문 분석하면 곳곳이 논란 소지, 전공의들도 회의론 일어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과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사협회 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와의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2차 파업을 막기 위해 타결한 의정 협의 결과를 두고 여론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성난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원격의료 입법을 연기하는 등 한 발 양보했고, 의사협회는 수가 책정과 건강보험 구조 개편 등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합의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초 파업의 목적이었던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정책 등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타협을 봤다는 비판이 시민사회단체에서 거세지고 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시범사업 끝나면 원격의료 입법 무조건 한다? 해석 분분

    우선,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기간을 명시했을 뿐 입법은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한계로 지적된다.

    의협이 당초 주장했던 '선(先)시범사업-후(後)입법'안은 먼저 시범사업을 해본 뒤에 입법을 할지말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입법을 정해놓고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합의문을 보면 시범사업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입법이 확정돼 있는 듯 하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원격진료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키로 한다"가 합의 원문이다.

    '입법에 반영키로 한다'는 것은 이미 입법 자체를 전제한다고 해석할 수 있어 추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한 뒤에 입법에 반영한다고 표현했기 떄문에 의협이 입법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같은 지적에 시범사업 자체가 입법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의협은 보도자료를 내고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진료의 불안전성·효과 없음이 분명히 입증될 것을 자신하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인 원격진료 강행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생각은 다르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범위가 어떻게 정해질 지는 알 수 없지만 의료법 개정은 하는 것이다"며 "처방이 없는 단순한 원격 모니터링의 경우에는 의료계도 동의했기 때문에 어차피 법개정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입법을 막을 수 있다는 의협과 입법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정부 사이에 해석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어 추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영리 자회사 결국 허용, 부작용 막는데 그치자 실망

    의료영리화로 비판받던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해서는 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드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정부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철회하는 대신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 밖에 없다.

    병원이 자회사를 만들어 숙박, 관광부터 화장품, 미용, 헬스클럽 등 각종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골자이다.

    이렇게되면 병원의 수익이 영리 자회사로 빠져나갈 수 있고, 의사들이 본연의 진료보다는 돈벌이에 집중하면서 각종 폐해들이 발생할 수 있다. 사실상 영리병원의 간접적 허용이라는 지적 때문에 여론이 들끓었으며 의협은 파업의 주된 이유로 투자활성화대책 철회를 내세웠다.

    하지만 철회 대신 부작용 방지를 위한 논의기구를 만드는데 그치면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참여연대 김남희 사회복지 팀장은 "의협이 파업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의료영리화 저지이고 그래서 여론의 지지를 받았는데,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분을 다른 것과 맞바꾼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논의기구에 영리 자회사를 찬성하는 '병원협회'도 포함돼 있는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전공의는 "결국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게다가 논의기구에 병원협회가 들어가있는데 제대로 돌아갈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명분 대신 얻은 실리, 정부 말 바뀌자 의협 전전긍긍

    의협이 명분을 다소 포기하고 실리로 챙겼던 건강보험제도 개선안을 두고도 동상이몽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양측은 보건의료정책의 막강 의결, 심의기구인 '건정심'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건정심에서 의사들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어 의협이 이번 협상의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몇 명을 어떤 방식으로 정할지에 대해 다른 소리가 나온다. 의사협회는 공익위원 8명 중 4명을 가져가는 것이라 한다. 반면 정부는 원래 있던 공무원과 산하기관 추천 몫은 제외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공익위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좋을지 배분율을 달리하는 것이 좋을지는 추가로 논의해봐야 한다"며 "방식과 숫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도 "국회 법이 개정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공익위원이 다소 정부측에 편향돼 있다는 원칙에 동의한 것이지 숫자가 논의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협은 정부의 애매한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공급자와 가입자를 동수로 둔다는 것은 당연히 8명 중 4명씩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이제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결국 명분과 실리 모두에서 어정쩡한 결과물이 도출되면서 의사협회는 안팎에서 뭇매를 맞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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