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침체에도 삼성과 SK그룹이 정부의 투자활성화 요청에 화답해 투자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적부진 등이 겹쳐 30대 그룹 전체의 투자규모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26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회사를 제외한 30대 그룹의 상장사 171개사의 유·무형자산 투자액은 총 95조8천억원으로 2012년 97조7천억원 대비 1.9% 줄었다.
여기에서 자산화된 비중을 구분하기 어려운 연구개발(R&D) 투자는 뺐다.
전체 투자액은 줄었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7.7%)보다는 하락폭이 둔화돼 재계의 투자가 4분기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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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3분기까지 분기당 평균 투자액은 약 20조원이었으나 4분기에는 24조원으로 규모가 크게 늘었다.
연간 투자가 가장 많은 그룹은 삼성그룹으로 28조7천억원에 달했다. 전년 27조원보다 6% 늘렸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투자액이 전년보다 15% 감소한 19조원에 그쳤지만 4분기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해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경상연구개발비(14조8천억원)를 추가하고 나머지 계열사의 R&D비용까지 더하면 전체 투자액은 지난해 목표치(49조원)를 무난히 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2위는 SK그룹으로 12조2천700억원을 투자해 전년 11조원보다 11.3% 늘렸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텔레콤[017670]이 투자액을 각각 1조2천억원, 5천400억원 늘리며 투자를 이끌었다. 전년보다 각각 71%와 15.2% 늘어난 수치다.
30대 그룹에서 삼성과 SK를 제외한 투자액은 54조8천300억원으로 전년 59조6천억원보다 8%나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기침체 속에서 지난해 삼성과 SK가 재계 투자를 주도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재계 '빅3'의 투자가 30대 그룹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50.7%에서 2013년 54.1%로 확대돼 투자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했다.
삼성, SK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년보다 5.3% 줄어든 10조8천500억원을 투자했고 LG그룹은 20.6% 감소한 9조4천600억원, 포스코[005490]는 21.4%를 줄인 8조2천500억원의 투자로 뒤를 이었다.
이어 KT[030200](5조6천900억원), 한진그룹(3조3천800억원), 롯데그룹(2조8천억원), CJ그룹(2조7천500억원), 신세계그룹(1조4천500억원) 순이었다.
30대 그룹 가운데 투자를 늘린 곳은 삼성, SK를 비롯한 12개였고 줄어든 곳은 동부, 두산[000150] 등 16개였다.
투자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쓰오일로 1천900억원에서 4천600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현대백화점[069960](41.2%), GS[078930](32.7%), 현대(24.8%), KT(20.6%), SK(11.3%) 등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CJ[001040](9.3%), 삼성, 금호아시아나(5.1%), 영풍[000670](4.2%), 현대중공업[009540](2.8%) 등은 30대 그룹 평균보다 투자액 증가율이 높았고, 롯데는 2조7천970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그룹이 해체된 STX[011810]는 투자액이 90% 쪼그라들었고 이어 동부(-27.8%), 두산(-24%), 동국제강[001230](-23.7%), 한화[000880](-23.2%), 포스코(-21.4%), 대우조선해양[042660](-21.2%), LG[003550](-20.6%), 대림(-17.4%), LS[006260](-16.2%) 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005930]의 투자액이 24조7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포스코 7조4천400억원, KT 5조5천300억원, 현대자동차 4조1천억원, SK텔레콤 4조900억원, SK하이닉스[000660] 3조8천500억원, LG화학[051910] 3조4천800억원, SK이노베이션 2조9천100억원, LG전자[066570] 2조6천억원, LG디스플레이[034220] 2조6천억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