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니아 사태를 계기로 유럽 정계에서 셰일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을 밀어붙이면서 유럽의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 에너지 카드를 꺼내자 유럽의 풍부한 셰일가스를 개발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유럽에서 셰일가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냉전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조속한 개발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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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셰일가스 개발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정치인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영국이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독립을 위해 조속히 셰일가스 개발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빠른 속도로 개발이 이뤄지지 못하는 데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영국 에너지부 마이클 펄론 장관도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땅 밑에는 생각보다 많은 셰일가스가 있다."라고 밝혔다. 영국의 보수파 정치인들과 에너지 기업 수장들도 세일가스 개발론에 동조한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에너지 정책 전반을 새로운 시각에서 봐야 한다."라며 개발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겁내는 폴란드도 셰일가스 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셰일에너지 산업에 6년 간의 특별세 유예를 제의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상당히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유럽 매장량은 470조 입방피트로 미국의 567조 입방피트에 100조 입방피트 가량 못 미친다. 셰일가스 매장량 추정치는 부정확한 것으로 악명 높지만 이런 점을 참작해도 상당한 규모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요의 3분의 1 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영국과 유럽에 매장된 셰일가스를 개발하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셰일가스를 개발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매우 높다. 무엇보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크다. 셰일가스를 추출하려면 지각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가야 하고 화학물질을 섞은 고압의 물로 혈암을 깨야 한다. 이 때문에 지하수 등 수자원 오염과 지층 파괴가 뒤따른다.
환경오염 우려 때문에 유럽 각국 중앙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해당 지방정부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유럽 환경보호자들은 또 셰일가스 개발은 '그린 에너지'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허용하면 태양광, 풍력, 바이오 메스 등 청정에너지산업 발전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 셰일가스 개발을 둘러싼 논란도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환경오염을 우려, 사실상 대규모 셰일가스 개발을 유보한 독일에선 논란이 특히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 등은 러시아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거론하며 개발 필요성을 거론한다. 또 일반가정에서 에너지 비용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독일 환경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셰일가스 개발이 환경오염을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의 지원을 받는 베를린 하인리히 뵐 재단의 랄프 퓍크스 총재는 "독일에서 셰일가스 개발 반대는 환경운동을 넘어 일반 대중적 문제가 됐다."라고 밝혔다.
독일 환경주의자들은 셰일가스 보다는 대체 에너지를 적극 개발하는 한편 카타르, 미국 등 러시아 이외 지역으로부터의 가스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이 셰일가스 개발에 나서더라도 실제로 셰일가스를 사용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25년 전부터 셰일가스에 투자한 미국이 이제 열매를 맛보고 있는 것처럼 유럽 역시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럽의 셰일가스가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도 미지수다. 유럽의 셰일가스전의 매장량이 추정치에 턱없이 못 미치고 경제성도 낮아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폴란드의 경우 에손 모빌 등이 개발에 나섰으나 경제성이 떨어져 개발권을 포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에선 에너지 공급원 다양화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에따라 러시아의 에너지 압박이 커질수록 셰일가스 개발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